정교함 더해 타격·홈런·타점 선두 깜짝 질주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경기를 보러 가는 팬들이 경기 전 유심히 봐야 할 게 하나 생겼다.
KBO리그 2년 차로 요즘 거침없이 대포를 쏘아대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3·캐나다)의 루틴(routine)이다. 루틴은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만의 독특한 방식 정도로 해석된다.
19일 SK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로맥은 먼저 경기 영상을 자주 보면서 타격 타이밍을 찾는다. 화면을 보고 실제 타격 상황을 떠올리는 연상 훈련이다.
경기 전 팀 훈련을 마치고 로맥은 꼭 파울라인 쪽 외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혼자 스윙을 몇 차례 돌리고 경기에 나선다. 실전에 임하기 전 마지막으로 스윙을 가다듬는 그만의 의식이다.
철저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로맥은 요즘 경기에서 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본다.
그는 18일 kt wiz와의 경기에서 4회 투런 홈런을 터뜨려 시즌 홈런 10개 고지를 밟았다.
20경기 만에 나온 10번째 홈런으로 로맥은 2004년 박경완(당시 SK·12경기), 1990년 이만수(당시 삼성 라이온즈·19경기)에 이은 역대 3번째 빠른 페이스로 시즌 10호 홈런을 달성했다.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답게 걸리면 멀리 날아간다. 홈런 10개 중 6개가 비거리 125m 이상이다.
올 시즌 로맥의 최장 비거리 홈런은 지난달 28일 kt wiz와의 경기에서 친 135m짜리 좌월 아치였다.
SK는 로맥의 적응 능력에 기대를 걸고 그와 재계약했다.
18일 현재 로맥은 타격 1위(타율 0.410), 홈런 1위, 타점 1위(27개)를 질주하며 해결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로맥은 "지난해엔 KBO리그 환경과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느라 제 스윙을 못 한 적도 있었지만, 올해엔 적응을 마쳐 상황 대처 능력이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동료 타자들도 언제든 큰 포물선을 그릴 수 있기에 꼭 홈런을 쳐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편안하게 타격에 임한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맥은 지난해에도 KBO리그에서 성공 후 일본 진출 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SK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지를 강조해 시선을 끌었다.
30대 중반을 향하는 시점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봤자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점을 로맥은 잘 안다. 그보다는 꾸준히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KBO리그가 그에게 적합하다.
로맥은 몸값도 저렴한 선수다. 그가 올해 받아갈 보수 총액은 연봉 50만 달러와 옵션 35만 달러 등 85만 달러(약 9억653만원)에 불과하다.
총액 70만 달러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를 휘젓는 재러드 호잉(29)과 로맥은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가 됐다. 삼성의 다린 러프(32)까지 세 선수는 야구 잘하는 두 글자 이름의 효자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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