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휴대전화 작년 12월 중순부터 사용 정황 드러나
중고차 매매상 "언니 차 팔 때 유모차 버려달라 말해 의아"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군 A(41·여)의 저당 잡힌 SUV 차량을 팔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된 여동생 B(36)씨가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수개월 동안 방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에 머물다 지난 1월 1일 귀국해 하루 뒤인 2일 언니 차를 팔고 다음 날인 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모로코 등에 머물던 B씨는 18일 오후 8시 45분께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언니의 저당 잡힌 차량을 처분했다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B씨는 입국을 종용하는 괴산경찰서 수사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언니가 숨진 것을 알았지만, 무서워 신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B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부터 언니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숨진 A씨의 지인이 지난해 12월 17일 A씨에게 전화했더니 여동생이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도 A씨 모녀가 지난해 12월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경찰은 숨진 A씨의 대출금 상환 명세, 카드 사용 내용, 월세금 납부 내용, 수도사용 여부, 우편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이렇게 추정하고 있다.
숨진 A씨가 마지막으로 월세를 낸 것도 지난해 12월 22일이다.
수도 사용량은 지난해 12월부터 '0'이었다.
B씨의 수상한 행적은 B씨로부터 A씨의 차를 산 중고차 매매상 C씨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2일 B씨로부터 언니 차를 매입한 중고차 매매상 C씨는 "여동생이 차를 팔 때 차 안에 있던 유모차를 그냥 버려달라고 말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점 등으로 미뤄 B씨가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방치한 채 치밀하게 차량 처분 사기 행각을 벌인 뒤 매각 대금을 챙겨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우선 B씨를 상대로 사기 피소 사건을 조사하고, 모녀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모두 녹화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모녀가 생활고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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