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ZTE(중싱<中興>통신)와 함께 미국의 제재 타깃이 된 중국의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 현지의 로비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찰자망은 화웨이가 지난주 미국 워싱턴지사의 대관 담당 책임자 윌리엄 플럼머를 포함해 로비 인력 5명을 해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또 현지 대관업무 지출비용을 2016년 34만8천500만 달러에서 2017년 6만 달러로 크게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인사 조정은 기업의 정상적 활동"이라며 "이번 인력 감축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화웨이의 발전 목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판매의 축소 가능성을 의미하는 이번 화웨이 조치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또 다른 통신장비업체 ZTE를 상대로 북한·이란과 거래했다는 이유를 들어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맞춰 이뤄졌다.
미국 내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유착돼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의혹이 이어져왔다. 화웨이가 지난 10여년간 미국 정치권의 적대감을 해소하기 위해 현지 로비 활동으로 이미지 개선에 노력해왔으나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 됐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통상갈등 속에서 화웨이의 로비전이 먹혀들어갈 현실적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미래 첨단산업을 정조준하면서 화웨이도 점차 전화에 휘말리는 중이다.
한 소식통은 화웨이는 미국 사업을 줄이고 있으며 미국 내 정치공세 속에서 아예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사업의 전망이 어두워지는 것도 화웨이가 전략을 바꾼 계기가 됐다.
화웨이의 미국 사업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미 의회가 한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미국인을 감시하는데 사용되고 미국 통신망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이때부터 AT&T, 버라이즌 등 미국의 주요 통신사들이 화웨이를 피하기 시작했고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도 화웨이를 상대로 대 북한·이란 제재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를 벌였다.
화웨이는 그간 자사 제품이 그 어떤 안보 위협이나 보안 위험도 초래하지 않고 모든 업무 영역에서 현지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미국을 설득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지난달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화웨이는 사실상 미국내 판매 루트 대부분을 잃게 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7일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연방 보조금 지원을 차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는 크게 위축된 상태의 화웨이 미국 현지 사업의 마지막 숨통까지 죄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부회장은 17일 기업설명회에서 "일부 상황의 추이가 우리의 희망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며 "포기를 하면 부담감이 한층 덜어지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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