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김정일은 생중계 안 해…'과시형' 김정은 선택은?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75E98DD1001B6BA9_P2.jpeg' id='PCM20180330000363044' title='김정은, MDL 걸어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우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남북이 18일 열린 2차 실무회담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생중계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도 TV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래 세 번째 열리는 것으로, 앞서 2000년 1차 때와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한민국 대통령의 만남을 생중계하지 않았다.
한 탈북자는 "김정일은 자신의 동선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데다가 방송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북한 TV는 김정일의 외교행사는 물론 대내 공개활동도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둔형' 지도자였던 부친과 달리 '과시형' 스타일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을 북한 주민들에게 TV 생중계로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나이도 젊은 데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어서 생중계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을 주민들에게 실시간 공개함으로써 담대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면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TV는 열병식을 비롯해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공식행사를 동선이 공개되는 부담을 무릅쓰고 여러 차례 생중계로 보도했다.
중앙TV는 지난해 4월 15일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열병식을 생중계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자신이 타고 온 리무진에서 내려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광장 주석단에 입장하는 모습 등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또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군중시위가 열렸을 때는 오후 3시께 행사 예고도 없이 곧바로 생중계로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중앙TV는 201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 영상을 생중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다리를 쩔뚝이며 주석단에 입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북한 TV의 생중계 패턴은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나타났다. 중앙TV는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28일 평양에서 진행된 김정일 영결식과 다음날 열린 중앙추도대회를 생중계했다.
당시 영결식을 생중계하면서 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평양 주민들의 표정, 김기남 당시 노동당 비서가 영결식 폐막을 선언하자 탄식하는 군중의 목소리 등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한이 보통국가임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TV 생중계를 지시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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