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무에서 숲을 보다·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입력 2018-04-19 10:27  

[신간] 나무에서 숲을 보다·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아이돌을 인문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한 고생물학자가 자신의 숲을 탐사·관찰하고 삶과 자연을 성찰하면서 기록한 숲의 바이오그래피.
저명한 과학저술가로 런던 자연사박물관 선임 고생물학자를 지낸 저자는 박물관에서 은퇴한 뒤 2011년 영국 옥스퍼드셔 주 남부 램브리지우드 한가운데 자리한 5천 평짜리 너도밤나무-블루벨 숲(그림다이크)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노련하고 치밀한 노과학자의 눈과 호기심으로 이끼, 지의류, 풀 곤충, 버섯을 채집하고 너도밤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주목 등 숲속 나무들을 조사하면서 일지를 써간다.
저자는 4월 황홀한 블루벨의 향연에서 시작해 등대풀 꽃, 나무딸기 덤불, 백악층에서 캐낸 수석, 야생화, 노루 똥, 호랑가시나무, 겨울잠쥐 둥지 등 계절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작은 숲의 내밀한 생태와 아름다운 풍경을 문학 작가 못지않은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낸다.
때론 숲에서 구한 식재료로 술을 담그고 독특한 향을 내고 잼도 만들고 자신만의 조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아가 2천 년 이상 된 고고학적 유적을 찾고, 각종 나무 가구부터 천막용 나무못 제작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터전인 숲의 변천사를 탐구하고, 지구의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숲도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한다.
"나는 자연 세계가 이토록 다양해진 이유를 알아보려고 한다. 나의 조그만 그림다이크 숲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려고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는 나무를 통해 숲을 볼 것이다."
소소의책 펴냄. 416쪽. 2만5천원.



▲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 = 박홍순 지음.
생에 대한 의욕이 시들어가는 인생 황혼기의 의미를 동서고금의 미술과 문학 작품을 통해 성찰하고 사유한다.
미술 작품을 통해 철학적·사회적 영역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는 저자는, 이중섭, 이수근, 고야, 렘브란트, 고흐 등 친숙한 화가들의 그림과 최인호, 박완서, 오정희 등 작가들의 소설을 연결하며 노년의 인생에 관해 얘기한다.
노년에 대한 감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 노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노인의 역할과 노동, 불안과 우울, 죽음에 대한 태도, 자살, 사랑과 성(性) 등을 자세히 논한다.
저자는 노년 자살에 대해 "일상의 반복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가면 어떻게 살아질 일이다. 무의미하지 않은 다름 삶을 꿈꾸기에 절망의 골이 더 깊어진다. … 노년의 세월이 깊어가면서 찾아오는 노화와 주변 조건의 악화는 희망과의 격차를 키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도 적었다.
"저승에서 막 튀어나온 것같이 주름으로 가득한 노인이라 하더라도 정열을 품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믿는 노인에게 행복이 기다린다."
웨일북 펴냄. 228쪽. 1만4천원.



▲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 김혜성 지음.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차단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통념이 무너진 지는 오래다. 현대 의학은 우리 몸속에 몸 전체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제 문제는 박테리아를 어떻게 차단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로 바뀌었다.
입속 세균들도 장속 대장균처럼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항암작용을 비롯해 갖가지 기능을 하는 산화질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책은 미생물이 몸으로 들어오는 통로이자 저장고이기도 한 입속에 사는 미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100세 건강을 위한 구강관리법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나아가 현대 의학의 최신 흐름을 이해하고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잡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사과나무치과병원을 20년째 운영하는 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자다.
파라북스 펴냄. 276쪽. 1만8천원.



▲ 아이돌을 인문하다 = 박지원 지음.
방탄소년단, 워너원, 트와이스 등 K팝을 대표하는 세 아이돌그룹의 노랫말에서 갖가지 인문학적 의미들을 발견해 풀어낸다.
성장, 자기애, 청춘, 패배, 반항, 책임, 노력, 자의식, 정체성, 죽음, 희망, 이름, 진실, 운명, 에로스, 언어 등등.
아이돌은 2000년대 이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대중들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 낸 스타지만 상업주의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 존재감을 지닌다.
책은 아이돌을 바라보는 기성 사회의 시각이 이중적이고 분열적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고상한 음악작품에 못 미치는 상품으로 여기면서도, K팝과 한류가 세계 시장을 들썩이게 한다는 뉴스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널리 사랑받는 유행가에는 당대의 보편적 희로애락이 담겼듯이, 아이돌의 K팝에서도 오늘날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도서관 인문교양 체험 프로그램인 '길 위의 문학'에 강사로 참여해 K팝에 관해 강연하기도 했다.
사이드웨이 펴냄. 624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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