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엔진 고장에도 탑승객 1명 제외 모두 무사귀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기 엔진폭발 사고가 큰 인명 피해 없이 끝난 것은 베테랑 조종사와 용감한 승객들의 합동작전이 낳은 성과라고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오후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49명을 태우고 댈러스로 향하던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보잉 737기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하강하기 시작했다.
왼쪽 날개 엔진폭발로 떨어져 나간 금속 파편이 창문을 부순 것이다.
이로 인해 뉴멕시코주에 거주하는 은행 임원 제니퍼 리오든(43) 씨가 거의 허리춤까지 창밖으로 빨려 나갔다가 다른 승객들의 도움으로 겨우 안으로 다시 끌려들어 왔다.
기압 차로 산소마스크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기체가 요동치면서 기내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순간에서도 용감하게 구조에 나선 승객들과 발 빠르게 대처한 승무원, 긴박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비상착륙을 시도한 여성 조종사의 담력 덕에 더 큰 인명 피해를 줄였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리오든의 상반신이 창밖으로 빨려 나가자 몇몇 남성들이 몰려들어 신체 일부를 붙잡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일부 승객들이 곧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메시지를 보내던 순간 몇몇이 구조를 위해 기꺼이 나선 것이다.
그러나 리오든은 이미 심한 상처를 입어 구조에 나선 남성들의 손이 피로 범벅이 됐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그 사이 승무원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서 감압조치를 한 뒤 기내 방송으로 의료진을 찾았다.
퇴직한 간호사인 페기 필립스는 ABC뉴스에 공기가 빨려 나가는 듯한 큰 소리가들린 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리오든을 복도에 눕혔으며 필립스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여객기는 빠르게 하강하며 경착륙을 예고하자 심폐소생술에 여념이 없던 필립스는 "이게 끝인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여객기는 필라델피아 공항에 비상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리오든은 결국 숨졌지만, 일부 경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모두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한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판단한 태미 조 슐츠(56) 조종사의 공이다.
비상착륙 후 슐츠는 객실로 나와 승객에게 일일이 몸 상태를 물으며 감사를 표했다.
텍사스주 출신 한 탑승객은 슐츠를 "강심장을 가진 여성"이라며 칭송했다.
실제 그가 관제탑과 나눈 교신 내용을 들어보면 차분한 목소리로 비상상황을 전하고, 응급 구조대 파견을 요청했다.
또 다른 승객은 페이스북에 "충격적인 상황에서 보여준 그의 지식과 인도, 용기에 큰 감사를 보내고 싶다. 그와 승무원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며 "지정한 미국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슐츠는 1983년 캔자스주의 미드아메리카 네이저런대학을 나와 미군에 지원한 여성 조종사다. 여성 조종사에 대한 편견으로 공군 입대를 거부당하자 대신 해군으로 들어가 FA-18 호넷 전투기를 모는 첫 여성 조종사가 됐다.
그러나 슐츠는 워싱턴포스트(WP)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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