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최근 인도에서 여당 인도국민당(BJP) 인사들이 연루된 아동 성폭행 사건들로 국민적 분노가 이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야당을 겨냥해 이 사건을 정치 문제로 몰아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19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영국을 방문 중인 모디 총리는 전날 런던에서 열린 '교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우리 딸들을 착취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라면서도 "성폭행은 성폭행일 뿐"이라며 이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한 것을 놓고 저 정부에서는 성폭행이 이만큼 있었는데 이 정부에서는 이만큼 벌어졌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 문제를 다루는 최악의 방식"이라며 야당의 비난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성폭행은 국가적 수치이고 함께 걱정할 문제"라면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들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범죄자들은 누군가의 아들"이라며 "딸이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서 아들에게는 그렇게 묻느냐"며 가정교육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다음 달 열리는 카라나타카 주의원 선거와 내년 초 열릴 예정인 총선을 앞두고 성폭행 문제가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인도에서는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에서 8세 이슬람 유목민 소녀가 지난 1월 힌두 주민들에게 납치돼 성폭행·고문을 당한 뒤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수사 당국은 힌두 주민들이 이슬람 유목민을 해당 지역에서 쫓아내려는 목적에서 그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 내고 현직 경찰관 등 8명을 최근 체포해 법정에 세웠지만,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BJP 소속 주장관 두 명이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임하는 등 이 사건은 힌두와 이슬람 주민 간 갈등을 둘러싼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이런 가운데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운나오에 사는 한 16세 소녀가 1년 전 BJP 소속 주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면서 아동 성폭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는 지난 12일 수도 뉴델리 도심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해 모디 정부에서 여성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는 등 연일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인도에서 2016년 한해 강간 신고 건수는 3만9천 건으로 전임 만모한 싱 총리 때인 2013년 3만3천700건보다 15%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의 원인으로는 실제 성폭행이 늘어났다는 해석과 성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처벌이 강화하면서 신고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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