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경쟁했던 두 선수, 아이스쇼 참석차 두 달 만에 방한
한국 문화에 남다른 애정 "K팝 가사 다 외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아이스쇼 출연 차 한국을 찾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알리나 자기토바(16)와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는 한국팬을 다시 만나게 돼 가슴이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두 선수는 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아이스쇼 '인공지능 LG ThinQ 아이스 판타지아 2018' 최종 리허설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류'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광팬으로 유명한 매드베데바는 "이번 아이스쇼에 나오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다"라며 "호응이 좋은 한국 팬 앞에서 공연을 펼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엑소의 '으르렁'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스쇼 안무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러 의도해서 춤을 춘 건 아니다"라며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자기토바 역시 한국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 화장품을 좋아한다"라며 "모스크바엔 다양한 브랜드가 없어 아쉽지만, 한국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두 피겨요정은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평창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놓고 '세기의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자기토바는 총점 239.57점을 받아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메드베데바를 1.31점 차로 누르고 새로운 피겨퀸이 됐다.
세계를 평정한 뒤 고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자기토바는 올림픽 이후 키가 갑자기 자라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달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점프를 시도하다 연거푸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는 신체 변화에 따른 문제를 묻는 말에 "평창올림픽 때부터 약 5㎝의 키가 자랐다"라며 "이런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잘 해결하겠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메드베데바는 다리 골절상을 딛고 평창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는데, 올림픽이 끝난 뒤엔 모든 대회에 불참하며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져 다음 달 8일부터 점프 훈련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메드베데바는 최근 여자 피겨계에 경쟁 요소로 떠오른 '4회전 점프' 훈련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공개했다.
그는 "그동안 4회전(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몸 상태가 허락하지 않아 집중하진 못했다"라며 "몸 상태가 좋아진 뒤 다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들에 관한 솔직한 감정도 드러냈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에 관해 "오랜 기간 함께 훈련한 친한 사이"라고 말했고, 최근 신성으로 떠오른 러시아 13세 피겨스케이팅 선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에 관해선 "후배들이 선배를 넘는 모습은 어느 종목에서나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드베데바, 자기토바, 차준환, 민유라-겜린 조 등 평창올림피언이 대거 출연하는 이번 아이스쇼는 20일부터 3일간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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