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현금·음식물 분리 판단한 1심은 부적절…김영란법 예외사유 해당"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후배 검사들에게 위법한 '격려금'을 주고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20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검사 6명과 함께 작년 4월 21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비롯한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9만5천원 상당의 식사 등 합계 109만5천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작년 12월 1심은 제공된 격려금과 식사 비용을 분리해서 각 사안이 청탁금지법을 어겼는지 판단한 뒤 당시 저녁 자리의 성격, 참석자들의 직급상 상하 관계 등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식대는 김영란법상 처벌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1심은 판단했다.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나 격려, 포상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한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이 전 지검장이 검사들에게 제공한 식사도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격려금의 경우, 그 액수가 각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검찰 측은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들에 대해서 상급 공직자의 위치에 있지 않으며, 1심에서 같은 일시와 장소에 제공된 금전과 음식물을 분리해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동일한 기회에 제공된 음식물과 현금을 분리해 판단한 1심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면서도 "음식물과 현금 모두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이런 점에서 1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지검장을 법무부 과장들에 대한 상급공직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예외 조항에서는 단순히 상급 공직자라고 했고, 이를 검찰 측 주장처럼 명령·복종 관계나 동일한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는 경우에만 상급공직자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해놓고 이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음식물과 현금 모두 이 전 지검장이 상급 공직자로서 하급 공직자인 과장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목적으로 제공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으로서 수사를 마친 특수본과 이를 지원해준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의 격려를 위해 식사와 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점, 공소사실 역시 '격려조'라고 한 점 등을 보면 위로나 격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제공했다고 인정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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