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행사서 일본 전범사례 발표…"베트남전은 양측 모두 큰 손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베트남전쟁 피해자들의 증언을 넘어 이제는 가해자들이 나서서 '미투' 운동처럼 자신의 경험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사문제연구소 후지이 다케시 연구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20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베트남전쟁을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행사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는 것 - 베트남전쟁에 연루된 우리'에서 '가해 경험을 말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제시했다.
후지이 연구원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증언은 20년 전부터 계속됐지만, 적지 않게 생존하고 있을 가해자들의 증언은 여전히 드물다"며 "가해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일전쟁 시기 전범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귀국해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반전평화·중일우호 활동에 앞장섰던 일본의 '중국귀환자연락회'(중귀련) 사례를 들어 '가해자들의 미투'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전범들이 1957년 수기를 출간하자 우익단체가 출판사에 항의하기도 했으나 반향이 컸다"며 "중귀련은 1990년대 들어 자위대 해외 파병에 반대하고 역사수정주의의 흐름에도 맞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도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며 "어떻게 하면 그들이 입을 열고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 역사학과의 하민홍 교수는 베트남전이 베트남과 한국 양측에 아픔이 된 역사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한국은 3개 사단 규모 전투부대를 파병하는 방식으로 미국 편에 가담해 베트남 인민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군 5천명이 사망했고 1만1천명이 다쳤으며 10만명이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다"며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한국과 베트남 양측 모두에 커다란 손실을 남긴 과오였다"고 규정했다.
서강대 동아시아연구소 심주형 HK연구교수는 베트남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베트남 사회는 과거는 잠시 닫아두자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며 "베트남전으로 상징되는 냉전 시대의 죽음과 죽임의 역사를 극복하는 '공통기억'의 가능성을 열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베트남전 때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평화법정' 개최를 앞두고 열렸다.
시민평화법정은 21∼22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재판부로 나와 1968년 베트남 중부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사건 두 건의 진상을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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