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중화기·GP 깔린 DMZ, 평화지대될까?

입력 2018-04-21 06:00  

[김귀근의 병영톡톡] 중화기·GP 깔린 DMZ, 평화지대될까?
정전협정상 '비무장지대', 유명무실…GP에 중화기 거치 '일촉즉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남북은 수많은 회담과 접촉을 통해 군사적 분야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기 단계의 조치들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일방적인 미준수와 합의 파기 등으로 해당 조치들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군사적 긴장 상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사일 도발이 잦았던 북한의 태도가 올해 들어 완전히 달라진 듯하다. 시간이 가면 왜 그런지 정확한 진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북한군 동향을 보면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을 포함한 미사일기지 활동이 잠잠해진 것 같다는 군 당국의 평가가 나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그렇지만, 군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부족한 기술을 연구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DMZ는 한반도 화약고…정전협정에 배치된 중화기 반입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실마리가 마련된다면 무엇보다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충돌방지 합의사항 이행이 우선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DMZ나 서해 NLL 모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반도의 화약고'와 같기 때문이다.
1953년 7월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은 155마일의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 양쪽으로 2㎞ 구간을 DMZ로 설정해 놓았다. 남북이 우발적인 무력 충돌을 하지 않도록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협정 체결 당시 획정한 양쪽 각각 2㎞ 구간은 장비로 실제 측정한 것이 아니고 1대 100만 축척의 지도 위에 선을 그어 지금은 상당한 오차가 난다.
주먹구구식으로 지도 위에 획정하다 보니 실제 지형적 여건으로 DMZ내 북한군 GP(소초)와 우리 군 GP와의 거리가 580여m인 곳도 있다. 그야말로 한밤중에 고함을 지르면 들릴 수 있는 거리이다.
DMZ 내에는 개인화기(소총이나 권총) 외에는 중화기 반입을 금하는 것이 정전협정의 정신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DMZ 내의 GP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한 지 오래다. 우리 군도 이에 대응해 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GP에 반입했다. 급기야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도 2014년 9월 DMZ 내에 중화기 반입을 허가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지기도 했다.
남북한 GP에는 이들 중화기가 탄이 장전된 상태로 거치 되어 있다. 간혹 북한 GP에서 우리측 지역으로 총탄이 날아오곤 하는데 정비 중에 방아쇠를 건드려 발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우리 군 GP에서는 북한 GP 쪽에서 발생한 총성의 수만큼 북측 지역을 향해 즉각 발포한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오발을 포함해 우발적인 총격이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곳 중 하나가 DMZ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DMZ내 북한군 GP 160여개…아군보다 2.6배 많아

DMZ 내에는 남북한 군의 GP가 있다. 우리 군 GP는 60여개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GP는 2.6배 많은 160여개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전체 GP 병력은 1만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DMZ 내에 있는 남북한 GP에 근무하는 병력은 모두 1만2천여명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 이런 규모의 병력이 최근접 거리에서 대치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DMZ가 유일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 군은 2005년 7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에서 DMZ 내 GP를 공동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당시 회담에서 수석대표인 문성묵 국방부 대북정책과장(대령)이 북측 수석대표인 유영철 북한 인민무력부 대좌(대령)에게 GP 공동 철수 방안을 꺼내자 유 대좌는 "그 문제는 지금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양측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것이 많다. 한 가지씩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GP 공동철수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김장수 국방장관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면서 꼿꼿한 자세를 보여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회담에서 GP 철수와 중화기 철수 등을 통한 (DMZ)활용 방안을 거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DMZ의 평화적 이용 문제를 제기하자 김 위원장은 'DMZ 문제는 아직은 속도가 빠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고 당시 방북 후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GP 공동철수 등 DMZ의 '평화지대화'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과 다른 입장을 보인다면 'DMZ 대치' 환경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DMZ에서 GP와 중화기를 상호 철수한다면 그야말로 '비무장지대'로 바뀌고, 그 안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등 '인도적인 평화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기대해본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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