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무풍지대' 일본에도 바람 부나…연일 차관 문제 제기

입력 2018-04-20 12:26  

미투 '무풍지대' 일본에도 바람 부나…연일 차관 문제 제기
재무성 조사방법에 3만5천명 항의서명…총무상 "괴롭힘 받은 적 있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잘 일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일본에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 힘이 센 부처로 손꼽히는 재무성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의 성희롱 발언 의혹을 계기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후쿠다 차관은 결국 경질됐지만, 정권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피해를 본 여기자가) 신고하고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며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앞서 일본 주간지는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말을 하는 후쿠다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했지만, 당사자는 "기억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재무성의 조사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터넷 서명에는 이틀간 3만5천 명이 동참했다.
쓰노다 유키코(角田由紀子) 변호사는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성희롱 방지를 위해 연수 등을 하고 있는데 재무성 고위관료가 그런 정도의 인식도 없이 일했느냐"며 "사회 변화가 그들에게는 도달하지 않았는지 놀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은 재무성의 조사방법에 "위화감이 있다"고 지적한 뒤 지난 18일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나도 20대쯤 선거에 떨어지고 활동하던 중 남성으로부터 성적인 고압적 괴롭힘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다 총무상은 "피해를 봤을 때 가족, 친구, 직장 상사에게 좀처럼 고백할 수 없는 매우 괴로운 것"이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보도했다.
미투와는 내용이 다르지만, 여성을 스모 씨름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금녀 전통'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도 있다.
오쓰(大津)시의 고시 나오미(越直美) 시장은 지난 19일 전국의 여성 시장과 연대해 여성이 스모 씨름판(도효·土俵)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현재의 조치를 재검토할 것을 문부과학상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스모협회는 지난 4일 교토부(京都府) 마이즈루(舞鶴)시에서 열린 대회 도중 졸도한 사람을 응급처치하려고 씨름판으로 올라간 여성에게 "내려가라"고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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