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전성시대…황제·차르·파라오 이어 술탄도 뜬다

입력 2018-04-20 14:18  

스트롱맨 전성시대…황제·차르·파라오 이어 술탄도 뜬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무늬만 민주주의' 대선·총선
시진핑·푸틴·엘시시 등 '종신집권 추진' 대열에 가세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스트롱맨 전성시대의 물살이 거세다. 지구촌 곳곳에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으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절대권력 굳히기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전날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1년 반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독재자"라며 그가 완전한 권력 장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6월 24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대선은 지난해 대통령제 개헌에 따라 내년 11월로 예정됐었다.
가디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민주적 선거를 내세우면서도 선거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패배 가능성이라는 위험 부담은 거부하는 지구촌의 다른 스트롱맨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하며 '시황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달 부정선거 의혹 속에서 4기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의 측근들이 이미 5기 집권을 가능케 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차르' 부럽지 않은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었다.
최근 대선에서 연임을 확정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동맹 세력이 최근 그의 현 임기 제한을 넘어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21세기 파라오' 등극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에르도안 대통령도 조기 대선을 통해 '술탄' 부럽지 않은 권력을 손에 쥐고 종신집권에 눈독을 들이는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지난 10년여 넘게 터키 정계를 쥐락펴락해온 그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지지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그의 지지율은 49.8%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42%)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디언은 일단 에르도안이 이끄는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그가 이미 우파 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지지도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2016년 실패로 돌아간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안보를 핑계로 야당 의원과 언론인, 공무원, 학자, 군인, 경찰 등 수천명을 무차별적으로 숙청했다.


가디언은 이런 상황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의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를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기 총선을 통해 그가 터키 국내뿐 아니라 외교 정책의 주요 측면에서 완전하고 직접적인 장악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판 술탄'을 향한 그의 여정을 지켜보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도 더는 터키를 믿음직스러운 동맹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민족주의적·신 이슬람주의적 정서와 외국인 혐오 감정을 악용하는 독재자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에르도안은 이웃 나라 시리아처럼 될 수 있다는 국민적 불안감을 심각한 인권침해, 제도적 폭력, 반(反) 유럽연합, 서방에 적대적인 정책들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나토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러시아는 터키가 지난 1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낸 것을 눈감아줬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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