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협상 최대승부처는 '검증'…미신고시설 접근이 관건

입력 2018-04-20 17:25   수정 2018-04-20 19:07

北비핵화 협상 최대승부처는 '검증'…미신고시설 접근이 관건

신고 핵시설 대상 기본 검증에 추가의정서 수용 여부에 촉각
2008년 검증의정서 채택못해 좌초…검증난도 10년새 더 높아져

<YNAPHOTO path='PYH2018032903160034000_P2.jpg' id='PYH20180329031600340' title='북한 평북 영변핵단지 냉각탑(2008년 6월 TV 화면 캡처)' caption='[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계기로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사실상 재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검증'이 완전한 비핵화 달성 여부의 최대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증은 특정국가의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정보 수집·분석·평가의 과정이다.
북한의 경우 5㎿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있는 영변 핵시설만 해도 확인된 건물만 390개에 달한다. 검증 대상의 규모가 방대하다.
북한이 영변 이외에 지하 우라늄농축시설을 만들었다면, 스스로 공개하기 전에는 찾아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검증이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9·19공동성명을 만들어낸 북핵 6자회담이 2008년 좌초한 것도 검증의정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것도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양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정치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 문제가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서다. 결국, 북핵 해결 프로세스는 그동안 검증의 고비를 한차례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핵 검증은 북핵 6자회담이 중단된 지난 10년 사이에 난도가 한층 높아졌다.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하는 영변 5㎿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가동 기록은 물론 2010년 북한이 미국 전문가들에게 보여준 2천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생산한 고농축우라늄(HEU)의 생산량 등이 지난 10년 새 검증 대상으로 추가됐다.
핵의 평화적 이용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기구인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은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따라 신고한 핵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본적인 검증과 추가의정서(AP)에 따라 신고하지 않은 시설까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추가적 검증 등으로 나뉜다.
북한도 CSA까지는 동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결국 AP까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 우라늄농축공장 등 북한 영변 밖 은닉 핵시설이 존재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가 추정하고 있어 검증의 승부처는 북한이 AP를 수용할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역대 가장 강력한 검증 사례는 2015년 이란핵합의(JCPOA)에 따른 검증이 꼽힌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A7ADE2620023EBC6_P2.jpeg' id='PCM20180409000065044' title='북한 영변 원자로·핵 (PG)' caption=' ' />
당시 이란은 CSA와 AP에 더해 군사시설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플러스 알파'까지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려 하는 데 대해 유럽국가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고강도 검증체계를 포기할 수 없어서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란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CSA, AP에 '플러스 알파'까지 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북핵 검증에 들 시간과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390개 이상의 건물이 있는 영변 핵시설을 사찰하는 데만도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영변 외부의 우라늄농축 시설의 존재 여부까지 확인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의 경우 IAEA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북미 협상 또는 다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검증 방식을 만들어야 해서, 이 또한 넘어야 할 벽이다.
결국,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필요하기에 북한 핵폐기의 A부터 Z까지를 담은 '북한 비핵화 일괄타결 합의서'를 향후 북핵 협상 과정에서 만들더라도 실제 이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은 핵시설 가동중단-신고-검증-폐기 등의 단계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검증에 들어갈 비용 역시 1천만 달러(약 107억 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이란 핵 검증 비용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IAEA는 2009년 4월 사찰관들이 북한에서 추방된 이후 지금까지 북한 복귀에 대비해 각종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북핵 합의 도출 시 곧바로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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