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5] 김정은, 정상국가화 박차…'북한식 사회주의' 꿈꾼다

입력 2018-04-22 08:10  

[남북정상회담 D-5] 김정은, 정상국가화 박차…'북한식 사회주의' 꿈꾼다
정책 좌우하던 군부 힘 빼고 노동당 중심 국정 운영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분주하지만, 군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측 특사단 면담, 남측 예술단 공연 관람, 첫 중국 방문 및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회담, 중국 예술단 공연 관람 자리에도 군복 입은 인사는 없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때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방남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며 한반도 정세 변화의 물꼬를 틀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일 집권 시기 중요한 외교적 고비마다 군 수뇌부가 맹활약했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2000년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은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군복을 입고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김정일 시대에서 '선군정치'의 이름 아래 위세를 떨치던 군부는 2012년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7년만에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확연히 밀려난 모습이다.
사실 김 위원장이 한국, 미국, 중국과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 외교'에 나서는 상황에서 군부의 위상 추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비핵화를 통해 체제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군부 인사나 세력이 차단된 셈이다.
북한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라는 대장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지금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과정이 본격화하면 북한은 보유 핵무기와 시설의 공개, 사찰, 제거 과정 등을 거쳐야 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 감시하에 놓이게 된다.



만약 김정은 체제의 군부가 김정일 집권 때처럼 정책 결정과 국정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행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체제에서 헌법상 최고권력기구는 국방위원회였고 군부는 국방뿐 아니라 정치·경제 등 전반에 대한 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측근인 군부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의사를 국가정책에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다양한 남북협력 관련 현안은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군부의 입김이 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2002년 4월 방북한 임동원 당시 대통령 특사가 경의선·동해선의 조속 연결을 요청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리명수 당시 군 작전국장을 불러 지시하면서도 "군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경제 정책에서도 군부의 의사가 수용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조차 군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박봉주 내각 총리는 2003년 9월 처음 총리에 오르며 시장경제 정책을 주도했으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군부 등 보수적 그룹에 의해 4년도 안 돼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급작스레 권력을 잡은 김정은 위원장은 허약한 권력 기반을 다지고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군부 힘 빼기에 나섰다.
김정일 체제의 핵심 군 인사 대부분을 퇴진시킨 뒤 최룡해 같은 당 관료에게 군복을 입히고 군 서열 1위인 군 총정치국장에 앉혔다.
그런가 하면 리영호 총참모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하고 군 고위인사들의 잦은 인사와 강등을 통해 군부 인사들의 입지를 급격히 줄여나갔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위세를 자랑하던 고모부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이던 장성택을 처형함으로써 모든 간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군부 힘 빼기의 하이라이트는 선군정치의 상징이던 국방위원회를 전격 폐지한 것. 북한은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회의에서 최고 통치기구로 군림했던 국방위를 폐지하고 대신 정책지도 기관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했다.
또 지난해 말 김정은 위원장 다음의 실권자였던 최측근 황병서마저 총정치국장에서 좌천시킨 이후 총정치국장의 권력 내 지위를 낮췄다.
황병서 후임인 김정각은 지난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군 총정치국장이 겸임해온 정치국 상무위원 대신 정치국 위원에 머물렀다. 앞서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서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아닌 일반 국무위원에 그쳤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때 빠진 적 없던 군 수뇌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더니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기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도 배제되는 등 '찬밥신세'다.
결국, 군부는 헌법상으로나 국가기구, 지휘 체계로나 정책 결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오로지 노동당의 영도와 통제 속에 묶임으로써 '나라를 지키는 역할'로 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김정은 정권은 군의 힘을 빼버리는 한편으로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이라는 명실상부한 사회주의 당국가 체제를 복원하고 있다.
당 대회와 대표자회, 정치국 회의와 전원회의 각종 형태의 노동당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려 노동당 중심의 정책 결정과 실행 기능을 제고했다.
작년 10월 당 전원회를 기점으로 김기남·최태복 등 당내 남아있던 '김정일 사람'들 대신 박광호 등 신진 인물들을 대거 등용했고, 최고지도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당 조직지도부장에 최룡해를 앉혀 노동당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있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북한을 군부 중심의 통치에서 벗어나 노동당 중심의 사회주의 정상국가로 만들어온 노력이 남북·북미·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기회의 창을 만들지 주목된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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