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을 잡아 가두기 위해 미얀마 경찰이 함정수사를 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미얀마 경찰 관리인 모에 얀 나잉은 전날 양곤 법원에서 열린 로이터 통신 소속 와 론(32), 초 소에 우(28) 기자의 '공직 비밀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지난해 12월 두 기자가 체포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경찰 고위간부가 이들을 잡기 위해 덫을 놓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와 론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다른 경찰관들과 함께 정보팀의 내사를 받은 뒤 함정수사 지시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모에 얀 나잉은 "와 론 기자와 저녁 약속을 잡고 비밀문서를 넘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틴 코 코라는 경찰 고위 간부는 와 론 기자가 식당에서 나올 때 함정에 빠뜨려 체포해야 하며, 그를 잡지 못하면 우리가 감옥에 가야 한다고 협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틴 코 코는 경찰 윤리를 어겼으며 연방 정부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국제사회의 오해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로힝야족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얀마군 산하에 있는 경찰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미얀마 경찰 대변인인 묘 투 소에는 "그런 명령을 내릴 어떠한 이유도 없다. 미얀마 경찰에 근무하는 고위관리는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추가적인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재판정에 선 두 기자는 지난해 12월 12일 체포될 당시 라카인 주(州) 마웅토의 인 딘 마을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중이었다.
이들은 정보원으로 관리하던 경찰관리의 제안으로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갔고 비밀문서를 건네받은 뒤 곧바로 체포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에게 비밀문서를 건넨 모에 얀 나잉도 현장에서 체포돼 피의자가 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0년에 제정된 '공직 비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은 이들의 보석 신청을 기각한 채 재판을 진행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미얀마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해왔다.
이들이 취재하던 로힝야족 학살 사건은 사실로 밝혀졌다.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및 집단학살 주장을 부인해온 미얀마군은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인 딘 마을에서 집단학살 및 암매장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미얀마군은 학살된 자들이 민간인이 아닌 반군이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어이없는 항변을 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 후 정부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군 소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과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을 도구로 삼아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감행했다고 비판하면서 책임자를 국제 형사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군은 물론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정부도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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