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이빨' 완 콕코이 활동 재개에 당국 긴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마카오 금융당국이 국제 범죄조직 삼합회(三合會)의 전 두목이 연루된 가상화폐 사업에 경고를 보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마카오 금융당국은 전날 성명을 내고 "최근 마카오 기업이 가상화폐 상장(ICO)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가상화폐는 가상의 산물로서 법정 화폐나 금융 수단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마카오 시민들은 가상화폐와 연관된 사기나 범죄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당국의 허가 없이 화폐 거래나 자금 이전 등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카오 당국의 이 같은 성명은 삼합회 전 두목 완 콕코이(尹國駒)의 활동 재개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여겨진다.
완 콕코이는 최근 마카오 드래곤 그룹과 태국 위 홀딩컴퍼니의 ICO 사업 조인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홍콩에서 ICO를 통해 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마카오 카지노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ICO를 통한 자금조달 중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ICO는 새로운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상장(IPO)처럼, 새로운 가상화폐를 시장에 내놓아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말한다.
당국이 완 콕코이의 활동 재개에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그가 마카오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삼합회 두목이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앞니가 부러져 '부러진 이빨'로 불렸던 그는 조직범죄, 돈세탁, 고리대금업, 전화도청 등의 죄목으로 1998년 1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그의 체포는 순순히 이뤄지지 않았다.
조직원이 1만 명에 달하는 그의 조직 '14K파'는 그의 조직을 소탕하러 나선 경찰에 맞서 10여 차례의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마카오 경찰 수장의 차량을 폭파해 암살을 시도할 정도였다.
그는 2012년 출소 후 "나의 시대는 갔다.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번 가상화폐 사업 조인식에 모습을 드러내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그와 손을 잡은 마카오 드래곤 그룹은 페이스북 정보유출 논란의 중심에 놓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ICO 프로모션을 의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회원정보를 빼돌려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다.
한편 마카오 당국은 마카오, 홍콩, 대만 등에서 '자동현금인출기(ATM) 가상화폐 예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한 기업의 움직임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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