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적회로 설계에 80억弗 투자·기술자에 경쟁사 5배 급여
내년 자체 메모리칩 정식 생산 원년 될 듯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중국이 미국과 무역 분쟁 심화로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에 대비해 자체 반도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외국 경쟁사 전문인력 빼가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된 이후 자체 칩 설계 개선 노력이 지체되는 점에 대해 중국 고위 관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 고위 관리들은 지난주 미국과 무역긴장이 고조되는 점을 고려해 칩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복수의 반도체 산업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과 무역 분쟁과 ZTE 건으로 난처해진 중국 지도자들이 자체 설계 칩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배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유펀드인 중국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가 해외거래 자금 지원보다 자체 칩 설계에 대한 지출을 늘릴 것이라며 집적회로 설계에 320억 달러(약 34조2천560억 원)로 추정되는 지난달 조달 자금 중 4분의 1(80억 달러)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법인세를 5년간 감면함으로써 기업의 반도체 개발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도 해외 인재와 외국 경쟁사의 기술자 유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칩 기술자는 "중국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한국이나 대만보다 5배의 급여를 받는 것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자는 "보너스가 엄청나다"며 다른 이를 데려오면 매우 많은 격려금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대만 시장분석업체 트렌드포스의 지터 테오 리서치 이사는 중국이 공격적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경쟁에 필요한 70만 명의 반도체 전문가 중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체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영 CGTN과 재신망(財信網)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최근 항저우(杭州)의 내장형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업체 C-스카이 마이크로시스템(中天微系統)을 인수했다.
장젠펑(張建鋒) 알리바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수 가격을 밝히지 않은 채 C-스카이 인수가 반도체 개발의 중요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또, 알리바바는 작년 10월 설립한 연구기관 다모 아카데미(達摩院)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가성비를 40배 높인 신경망 칩 '알리(Ali)-NPU'를 개발 중이라고 지난 19일 밝혔다.
트렌드포스 산하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YMTC(長江存儲)와 메모리 모바일 D램 업체 이노트론(合肥長흠<3개의 金>), 스페셜티 D램 업체인 JHICC(晉華集成) 등 3대 메모리 업체가 올 하반기 시험생산, 내년 상반기 대량생산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연구개발(R&D)과 현지 D램 업체 생산 계획을 근거로 내년이 중국이 자체 메모리칩을 정식 생산하는 첫해가 된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한 중국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지난주 북한·이란과 거래한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중싱<中興>통신)에 반도체 칩 등 전자부품 공급을 7년간 금지키로 했지만 ZTE는 부품의 25~3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재고가 바닥나기 전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이 1~2개월에 불과한 실정이다.
관영 CGTN은 알리바바의 C-스카이 인수가 중국이 마이크로 칩 산업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점이 중국 기업들을 위험한 궁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CGTN은 ZTE 사례가 중국 반도체 산업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얼마나 강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중국이 2016년 원유 수입액의 2배인 2천300억 달러를 마이크로 칩 수입에 썼다고 강조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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