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시설점검했다"→"문틈에 실리콘 메웠다"→"회장실 촬영 수용불가"
"고성·막말 논란에 사과·반성하지 않고 은폐만 고민하나"…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003490] 전무의 '갑질' 파문이 확산하자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무와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고성·막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자숙하기보다 큰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내부 보안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연합뉴스가 접촉한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7층에 있는 조 회장 집무실에 대한 방음공사가 진행됐다.
8층 건물인 공항동 본사 7층에는 조 회장 집무실을 비롯해 임원실, VIP실(접견실)이 있다. 인사부 등 일반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도 있다.
한층 아래인 7층에는 최근 욕설·고성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된 조현민 전무의 집무실이 있다.
회장실 방음공사는 조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본사 6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방음공사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한항공 관계자도 "방음공사는 조 회장이 근무하는 중역실에서 금∼토요일 사이 이뤄졌다"며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음공사는 은밀하게 진행됐지만, 이미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올라올 정도로 방음공사 사실은 회사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막말을 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방음공사로 잘못을 은폐할 궁리만 하느냐는 비판이 예상된다"며 "사람들이 앞으로도 막말과 욕설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텐데, 경솔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연합뉴스의 사실 확인 요청에 처음에는 "지난주 7층 임원실 전체를 대상으로 일상적인 시설 점검을 한 적은 있었으나, 방음공사를 한적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시설 점검'에 대해 계속 묻자 "시설 점검 과정에서 회장실 문틈에 실리콘이 부족한 틈이 있어 이 공간을 조금 메우는 정도의 작업은 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회장실 촬영을 요청했지만, 대한항공은 "기자가 와서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회장실을 촬영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촬영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 14일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당시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조 전무 추정 인물이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비난을 샀다.
이로부터 닷새 뒤인 19일에는 이명희 이사장이 2013년 당시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욕설과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조양호 회장은 이달 12일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한진[002320] 일가에 대한 탈세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날까지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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