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에서 챔피언으로…전가람의 인생 역전

입력 2018-04-22 17:50  

캐디에서 챔피언으로…전가람의 인생 역전
"캐디 때 프로 경기보고 우승 꿈 키워"






(포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22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전가람(23)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덕에 중학생 때 골프채를 잡았지만 한번도 정식으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고교 3학년 때 한국프로골프협회 정회원 자격을 땄지만 부친이 하던 사업이 기울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치킨 배달까지 했다.
골프도 흥미를 잃은 전가람의 인생 행로를 다시 프로 골프 선수로 이끈 계기는 '돈벌이가 짭잘하다'는 얘기에 시작한 캐디였다.
2015년 3월 그는 집에서 가까운 포천시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 캐디로 취직했다.
그해 4월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의 전신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렸다.
전가람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다시 골프를 하고 싶어졌다"고 당시를 되살렸다.
"아마 캐디를 하지 않았다면 프로 골프 선수가 되려는 꿈을 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가람은 말했다.
5개월 만에 캐디를 그만 둔 전가람은 연습에 매달린 끝에 퀄리파잉스쿨 61위로 투어 선수가 됐다. 작년에는 3차례 톱10에 입상하며 상금랭킹 34위(1억2천만원)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다.
개막전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한 전가람은 "캐디로 일하면서 18번홀 티박스에 올라설 때마다 '프로 대회 때 최종일 선두로 이곳에 서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꿈을 이룬 이날 어떤 기분이 들었냐는 질문에 전가람은 "그런데 정작 18번홀에 올라서자 너무 긴장돼 '똑바로 쳐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고 웃었다.
캐디를 하면서 코스에 익숙해진 게 이번 우승에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 코스와 그린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힘이 됐다.
전가람은 "핀 위치에 따라서 공략 방법이 다 다르다.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따로 있는 코스다. 파3홀을 특히 조심해야 하고 아이언샷 비거리도 실제와 다르게 나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가람은 프로 선수가 된 이후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바로 이 대회였다.
"대회가 없어지면 어떡할까 걱정도 했다"고 전가람은 덧붙였다.
그러나 대유 몽베르 컨트리클럽과 인연이 이날 우승을 이끈 동력 전부는 아니다.
전가람은 "힘을 뺐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는 힘으로 쳤다. 앞만 보고 달린 꼴이다. 경기 후반에 가면 지쳐서 샷이 흐트러지는데도 그저 힘껏 치려고만 했다"는 전가람은 "전에는 하루 잘 치는 스윙을 했다면 올해는 1년 내내 잘 치는 스윙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윙의 기본을 바꾼게 아니라 더 부드럽게 템포에 변화를 줬다. 또 1, 2라운드를 잘 치는 것보다 3, 4라운드에 더 잘 치도록 체력과 집중력을 안배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그런 변화를 꾀한 첫 대회였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너무 감이 좋아 뭔가 될 것 같았다"고 활짝 웃었다.
전가람은 "올해 목표는 우승 한번만 해보자였는데 개막전 우승을 했으니 목표는 수정해야겠다"면서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쇼트게임 실력이 엉망이니 그걸 좀 보완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지난해 모자에 '연천군'을 새기고 나와 화제가 됐던 전가람은 올해는 오른쪽 가슴에 '연천군'을 새겼다.
전가람은 "2016년 신인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큰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는 연천군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다. 오늘도 연천에서 팬들이 많이 응원와서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회장 앞 도로에는 '연천군의 아들 전가람, 우승 가즈아'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만큼 적극적인 연천 지역 팬들의 응원도 이번 대회에 또 하나의 화제가 됐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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