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실황, 노희경의 '라이브'

입력 2018-04-23 07:41   수정 2018-04-23 09:30

이것은 실황, 노희경의 '라이브'
경찰지구대 살아있는 이야기로 시청률 7% 돌파
배성우, 매력적인 연기로 극성 높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사실적이다. 불편하고 두렵다.
그런데 따뜻하다. 묘하다. 답답하고 울화가 치미는 순간이 이어지지만, 결국은 그 또한 사람과 사람이 모여 헤쳐나간다.
눈 막고, 귀 막고 싶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의 희망을 담아낸 이야기라 어느 순간 마음이 정화된다.
하늘 위에서도, 땅에서도 '갑질'을 일삼는 어느 항공사 재벌 자제들 때문에 혀를 차게 되는 요즘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 그래도 세상은 아직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꾸려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동지애가 생긴다.
조용조용 전진하던 tvN 주말극 '라이브'가 지난 21일 13회에서 시청률 7%를 넘어섰다. 살아있는 이야기의 힘이다.


◇ 다시, 노희경
많은 드라마가 화려한 눈요기를 주는 가진 자들의 이야기에 천착하는 동안, 서민 삶을 파고드는 노희경 작가가 이번에도 한방 제대로 훅을 날렸다.
폼나는 경찰청 특수과도, 트렌디하게 보이는 사이버 수사대도 아니다. 경찰 조직 맨 아래 지구대가 배경이다. 저녁 일일극에서 말랑말랑하고 소소하게 다룬 무대, 리얼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잠시 잠깐 순경 체험을 하는 무대. 그러나 우리 일상 바로 곁에 위치한 경찰 지구대는 사실은 그렇게 간단히 다루면 안 되는 곳이었다고 '라이브'는 말한다.
노 작가는 풍성한 현장 취재를 통해 경찰 지구대에서 관할하는 온갖 사건사고를 다루면서 그 안을 관통하는 각양각색 사람 이야기에 조명을 비춘다. 문제(?)는 그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 주어가 언제든 나와 너, 내 동료와 이웃이 될 수 있을 만한 일들이다. 자연스럽게 공감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경찰이든, 범인이든, 피해자든, 피의자든 극중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토해내는 감정은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노 작가가 엮어놓은 촘촘한 이야기 그물에 시청자는 어느새 걸려들고 만다. 망토 두른 영웅도 없고, 상황은 늘 설상가상 소화불량을 유발하는데도 이 드라마 시청률이 야금야금 올라 7%를 찍은 것은 이야기가 그만큼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 역시도 민중 일원이다. 정의감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이들만 경찰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며, 공황장애, 알코올중독, 미혼모, 가정폭력, 성폭행, 암, 빚, 생활고, 결혼과 이혼, 존엄사, 장애 등 인간사 맞닥뜨리는 모든 일이 민중의 지팡이에게도 일어나고 있음을 드라마는 포착한다. 그를 통해 경찰 지구대 이야기가 우리의 사는 이야기로 확장한다.
2016년 노인 이야기를 그린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도 큰 반향을 끌어내며 자체 최고 시청률 8.4%를 기록한 노 작가는 이번에도 현실 이야기의 저력을 과시했다. 다시 확인한 노희경이다.



◇ 배성우 독보적 매력…연기 공백 없는 배우들
단단한 대본과 함께 배성우가 연기하는 '오양촌'이 '라이브'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 공신이다. 그의 매력적인 연기가 '라이브' 극성을 강화하고 재미를 책임진다.
좌충우돌 감정적인, 그러나 열혈 형사인 오양촌 캐릭터와 가정사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배성우는 그런 오양촌을 실제 지금 경찰 지구대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물로 그려내며 박수를 받는다. 범인 잡는 데는 일등이지만, 그 외 면에서는 천치 같은 면을 노출하는 오양촌 캐릭터는 다분히 극적이면서도 인간적이다.
'미운 네살'처럼 막무가내, 앞뒤 없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오양촌 모습은 폭소와 대리만족을 유발했고, 그가 병상에 있던 어머니를 존엄사를 통해 떠나보낼 때는 안방극장에 최루탄이 터졌다. 그만큼 오양촌은 선명했고 펄떡펄떡 뛰었다.


다른 배우들도 연기 공백이 없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꽉 찼다.
성동일, 장현성, 배종옥, 이순재 등 중견 연기자들은 내공이 깊었고, '청춘'을 책임진 정유미와 이광수는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담백한 연출이 이들의 연기를 이질감 없이 하나로 묶어내 따뜻함을 완성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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