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비핵화 합의' 발언…북미,물밑 비핵화논의 가능성
북한 '핵 군축' 논리 여전…보유 핵무기 폐기 협상 진통 예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신중론도 여전하다.
특히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을 담은 북한의 지난 21일 발표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우려 섞인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20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 후 결정서를 통해 핵 동결에 가까운 조치를 선언하면서, 비핵화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핵 군축'을 언급한 걸 두고서 우려가 집중된다.
그와는 달리 핵-경제 병진 노선을 주창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부 설득 차원에서 핵무기 보유 완성 후 경제발전 논리를 꺼내기 위해 핵 군축을 거론한 것이며, 결국 경제발전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를 위한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대담판'이 이뤄질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낙관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들이 비핵화(세계를 위해 매우 훌륭한 일)와 실험장 폐기, 실험 중단에 합의했다"며 북한의 발표에 등장하지 않은 비핵화까지 거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우리 특사단의 방북과 북중정상회담 계기에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비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을 들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5월 또는 6월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뭔가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설명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 비핵화 언급이 전혀 없을뿐더러 비핵화 합의에 대한 안전보장 및 평화체제 등의 반대급부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핵군축'을 거론한 것은 핵보유국 논리를 되풀이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중단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했지만, 이미 보유한 핵물질과 완성한 핵무기 처리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그와 관련한 '쉽지 않은' 협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는 중국이 벌써 관영 매체를 통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중 일부를 취소할 필요성을 거론하는 상황 등은 향후 동결에서 비핵화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대북제재 해제 여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을 예고한 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상징적 측면에서는 강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적당한 수준의 양보'를 내놓음으로써 향후 어려운 북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전했다.
NYT의 취재에 응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를 '동결의 덫'(freeze trap)이라고 칭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동결의 덫'은 결국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부분 사라지지만, 북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은 어중간한 상황이 관련국들의 '타협' 속에서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는 북한이 그리는 미래상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정립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일지, 핵을 가진 채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일지 현단계에서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입장은 앞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협상 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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