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이번 시즌 상금·올해의 선수 순위 선두 질주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6 리우올림픽에서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을 딛고 골프 금메달을 거머쥐었을 때 박인비(30)는 그야말로 이룰 건 다 이룬 선수가 됐다.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에 이은 올림픽 메달로 세계 최초의 골프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나이로 서른을 넘긴 박인비는 이후 크고 작은 부상 속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써야할 역사가 더 남았다'고 선언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23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5년 10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앞뒀다.
여제 자리에서 물러났던 2년 6개월 동안 박인비는 많은 일을 겪었다.
2016시즌 LPGA 투어 개막전이던 바하마 클래식 1라운드에서 허리 부상으로 7오버파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했고 결국 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허리 부상을 털고 3월 기아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했으나 이번엔 손가락 부상이 박인비를 괴롭혔다.
왼손 엄지손가락 부근 인대가 늘어나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짧은 휴식과 치료 후 복귀했으나 통증이 낫지 않아 두 대회 연속 기권해야 했고,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다.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으나 박인비는 자신을 믿고 출전을 강행했다.
올림픽 직전 실전 점검을 위해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또다시 컷 탈락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이번에도 이겨내겠다"던 당당한 출사표대로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대반전을 이뤄냈다.
부상 투혼 이후 손가락 치료에 전념했던 박인비는 지난해 3월 16개월 만에 LPGA 투어 무대에서 자신의 18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인비에게 다시 한 번 부상의 악령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이었다.
공동 11위로 마친 이 대회에서 박인비는 숙소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고 허리 통증이 계속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긴 휴식에 들어갔다.
휴식 기간 박인비는 '이런 삶을 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박인비였기에 이쯤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큰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박인비는 다시 한 번 필드로 돌아왔고 또다시 반전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며 '여제의 귀환'을 알린 데 이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준우승, 롯데 챔피언십 3위, 이번 대회 준우승까지 줄줄이 우승 경쟁을 벌였다.
비록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또다시 아깝게 놓쳤으나 펑산산(중국)을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서는 데에는 성공했다.
박인비는 이번 시즌 LPGA 투어에서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 3승을 포함해 6승을 수확했던 2013시즌, 각각 3승, 5승을 거뒀던 2014, 2015시즌에 이어 2018년도 '박인비의 해'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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