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갑질', 한진총수 일가 탈세 의혹 수사로 확대
'범법 외국인' 강제퇴거·입국금지 등 출입국당국에 폭넓은 재량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광고대행사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그의 국내체류 문제에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사는 조 전무 개인의 비위 규명에 그치지 않고 한진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을 캐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사회질서를 해친 외국인의 체류를 불허할 수도 있는 국내법을 고려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조 전무의 체류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조 전무는 성인이 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으로 전해졌다. 진에어 법인 등기부 등본 등 법정 서류에 그의 이름은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로 기재돼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등 질서를 어지럽게 하면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출입국당국은 폭넓은 재량을 지닌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4호는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하거나 경제 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강제퇴거 요건을 명시한 같은 법 제46조 제3항은 제11조의 사유가 입국한 뒤에 발견되거나 발생했으면 해당 외국인을 당국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점에 비춰 수사를 받는 조 전무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내에 머무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그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물컵을 던졌다는 이른바 '물컵 갑질'을 두고 형법 제261조의 특수폭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물컵 갑질' 논란대로 사실관계가 정해지고 혐의가 인정된다면 5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관세청이 한진 총수 일가를 겨냥해 최근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한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면 형량이 가볍지 않다. 관세법 제269조는 밀수를 5년 이하 징역에, 제270조는 관세포탈죄를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포탈액 2억원이 넘으면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로 가중된다.
법을 어겼을 때 강제퇴거를 하는 요건은 체류자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내 영주권자(F-5 비자 소지자)의 경우 강제퇴거 요건이 되는 죄명이나 형량 측면에서 재외동포(F-4)보다 다소 엄격하다.
반면 실무에서는 법률에 나온 요건보다는 출입국당국의 재량이 더 크게 인정되는 추세라 조 전무의 사례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국법률사무소 정희찬 변호사는 "현재 재외동포 등의 벌금형 사안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강제퇴거 명령을 많이 내리고 있다"며 "당국의 굉장한 재량이 행정법원 실무나 판례 등으로 인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검찰이 관련 사항을 그대로 기소하고, 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한다면 조 전무는 경미한 벌금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물론 조 전무의 혐의가 수사 단계에서 인정되지 않거나, 기소 후 법원 등에서 일부 혹은 전부 무죄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한진 총수 일가를 겨냥한 수사를 통해 위법 사항이 포착되더라도 조 전무가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사건에 관여했는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그의 행위가 형사처분에 더해 입국금지에 이를 정도인지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필요하다.더구나 조 전무가 출입국당국으로부터 강제퇴거 명령 등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있다.
앞서 출입국당국은 군 입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을 회피한 의혹을 받는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씨를 '사회의 선량한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입국 금지한 전례가 있다.
유씨는 2015년 입국을 허용해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지난 2월 2심에서도 패소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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