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빼고 경제총력노선 선언한 北 희망은?…지원보다 경제협력

입력 2018-04-23 15:40  

핵 빼고 경제총력노선 선언한 北 희망은?…지원보다 경제협력
北, 비핵화·북미관계 정상화후 국제사회 편입 경제발전 로드맵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시장경제시스템 접목한 中·베트남 모델 지향하나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이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선언함으로써 차후 북한의 경제 회생 '로드맵'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정책 노선을 정한 북한은 일회적 경제 지원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 협력에 더 큰 관심을 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3일 "북한이 일회성 지원보다는 협력에 무게를 둔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외부의 기술과 자본을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켜보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까지 선제 조치를 한 뒤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까닭은 항구적인 경제 협력의 환경을 만들 회생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이런 의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지속해서 추진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4년 5·30노작 발표를 통해 '우리식 사회주의 관리방법'을 내놓았다.
개인의 처분권과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함으로써 주민들은 시장에서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을 구입하고 기업들은 생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결국 시장경제 시스템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분야에서도 상업은행 설립 등을 통해 시장경제적 요소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징후가 포착됐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2015년 12월 발간한 '대북지원 20년 백서'에서 북한의 이러한 시장화 경향을 주목하면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북한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개발협력 사업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런 경제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력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 11월 창립 70주년을 맞은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제학술토론회들을 정기적으로 조직 진행하며 다른 나라의 권위 있는 대학,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확대 강화하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외부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에 대한 대외적 환경은 반대방향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를 통해 압박과 봉쇄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북한이 외부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차단됐다.
그나마 유일한 대외 연결통로였던 중국마저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밀려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에 나섬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의 '우리식 사회주의 관리방법' 구상은 숨통을 찾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개발구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뒤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농업·관광·수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구를 염두에 둔 조치였지만 외국자본의 수혈 없이 내부 자원만으로 조성이 쉽지 않아 현재 사실상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장후이즈(張慧智)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는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는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긍정적인 추세를 보였지만 미국 등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벗어난 일방 제재를 포함한 국제제재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은 경제발전 목표의 선결조건으로 국제사회가 제재를 완화하거나 풀도록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대담한 결단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경제논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산업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본 수혈을 염두에 두고 통 큰 담판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지향하는 모델은 결국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시스템을 접목한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모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유족한 사회를 만들어주겠다는 구상 속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통 크게 협해 외교환경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고 내부적으로는 과학기술력 제고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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