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레이크우드CC에서 개막…장하나·최혜진·이정은 격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지난 1978년 5월 경기도 양주 로얄 컨트리클럽(CC)에서 여자 프로 골프 선수 선발 경기가 열렸다. 강춘자,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 등 4명이 합격해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 골프 선수가 됐다.
넷은 성적순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원 번호 1∼4번을 받았다.
40년이 지난 2018년 회원 번호는 1245번까지 늘어났다. 1천명이 넘는 회원 가운데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41), 박인비(30)를 비롯해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즐비하다.
로얄CC는 지금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가 태어난 발상지인 셈이다.
지금은 레이크우드 CC로 이름을 바꾼 이곳에서 오는 26일부터 나흘 동안 크리스 F&C 제40회 KLPGA 챔피언십이 열린다.
로얄 CC에서 레이크우드CC로 이름만 바꾼 게 아니라 코스도 그동안 여러차례 개조 공사를 거쳐 예전의 모습은 상당히 많이 사라졌다.
올해 KLPGA챔피언십을 치르는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 코스(파72)는 당시 프로 테스트를 열었던 코스와 새로 조성한 코스가 뒤섞였다.
회원 번호 1번으로 KLPGA챔피언십을 두차례(1983, 1985년) 우승한 강춘자 KLPGA 수석 부회장은 "코스를 돌아봤더니 이름만큼 바뀐 게 많지만, 아직도 낯익은 홀이 더러 있더라"면서 "40년 전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발상지에서 40주년을 맞는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KLPGA 챔피언십 역시 첫 프로 테스트가 열린 1978년 시작됐다.
최초의 여자 프로 선수 4명이 탄생한 지 넉 달이 지나서 그해 9월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 여자부 경기로 치러졌다. 참가 선수는 첫 번째 프로 테스트 합격자 4명에 두 번째 프로 테스트를 통과한 2명이 합류해 6명이었다.
40년이 지난 올해 대회에는 13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KLPGA 챔피언십은 한국에서 맨 먼저 열린 여자 프로골프 대회이며 1989년 딱 한번 빼고 39회차례나 열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KLPGA챔피언십은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과 함께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당연직' 메이저대회이다. 총상금 10억 원에 우승 상금이 무려 2억 원이다.
자연스럽게 40번째 챔피언이 되는 선수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린다.
시즌 첫번째 메이저대회이기에 상위 랭커들의 우승 경쟁은 뜨겁다.
장하나(26)는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경기력에 레이크우드 CC와 인연으로 우승 후보 첫손가락에 꼽힌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국내 복귀 이후 처음 우승한 장하나는 지난 22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1위(1억9천285만원)를 꿰찼다.
장타 2위(평균 263.4야드)에 그린 적중률 1위(83.3%)가 말해주듯 힘과 정확성을 고루 갖춰 평균타수 4위(70.1타)를 달릴 만큼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
특히 2015년 레이크우드 CC에서 열린 YTN·볼빅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작년에도 레이크우드 CC에서 치러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9위를 차지하는 등 레이크우드 CC와 궁합이 잘 맞는다.
숙제는 그린 플레이다. 장하나는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가는 과정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5m 이내 퍼트를 자주 놓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10승을 채우는 장하나는 생애 첫 상금왕에 도전할 든든한 밑천을 마련할 수 있다. 장하나는 2013년과 2014년 두 번이나 상금랭킹 2위를 차지했을 뿐 상금왕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상금랭킹 1위를 장하나에 내줘 2위가 된 '예약된 신인왕' 최혜진(19)은 첫 메이저 왕관과 시즌 2승, 상금랭킹 1위 탈환이라는 세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아마추어 시절인 지난 시즌에 2승을 올렸고 이번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프로 자격으로 첫 우승을 맛보는 등 최혜진의 기량은 이미 검증됐다.
장타 4위(262.5야드), 그린 적중률 3위(80.8%), 평균타수 3위(69.73타) 등 빼어난 실력을 과시한 최혜진은 다만 최근 피로 누적에 따른 집중력 저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아직 이번 시즌 우승이 없어 상금왕, 대상, 다승왕, 평균타수 1위 등 다관왕 수성에 빨간 불이 켜진 이정은(22)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임은 틀림없다.
이달 들어 두 번이나 태평양을 건너느라 이번 시즌 5개 대회 가운데 단 2차례밖에 출전하지 않는 이정은은 이 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국내 무대 평정을 꿈꾼다.
지난해에 이어 '지현 천하' 재현을 노리는 김지현(27)과 3년차 이소영(22), 그리고 '언니의 힘'을 보여준 홍란(32)은 나란히 시즌 2승에 도전한다.
눈여겨볼 선수는 오지현(22)이다.
오지현은 올해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린다. 경기력의 바로미터인 평균타수에서도 1위(69.56타)에 올라 있다.
최근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 치른 5개 대회에서 14위 한번 빼고는 모두 톱10에 입상할 만큼 기복 없는 성적을 냈다.
지금까지 4차례 우승 가운데 3승을 4라운드 대회에서 거둔 오지현은 이번 시즌 첫 4라운드 대회라는 점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모자람이 없다.
작년 우승자 장수연(24)은 타이틀 방어로 슬럼프에서 탈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장수연은 이 대회에 앞서 상금랭킹이 35위까지 처졌지만,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6타차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부활했다.
최근 2차례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하는 등 부진에 빠진 장수연의 반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 KLPGA투어 대회에 10차례 출전할 기회를 얻어 '코리언 드림'에 도전하는 제네비브 링 아이 린(말레이시아)과 치에퐁(대만)은 메이저대회에서 상위 입상을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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