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지사 배출 노리던 오성운동 타격…중도좌파 민주당 또 참패
마타렐라 대통령, 피코 하원의장에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중재 맡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새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놓고 반체제 정당 동맹과 극우정당 동맹이 구심점이 된 우파연합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몰리제 주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우파 정당들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승전보를 울렸다.
23일 개표 결과 우파 정당 9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도나토 토마 후보가 약 43%를 득표, 약 38%의 표를 얻는 데 그친 오성운동의 안드레아 그레코 후보를 누르고 신임 몰리제 주지사로 당선됐다.
토마 후보는 선거 기간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지난 달 총선에서 약진하며 우파 진영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몰리제는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은 주이지만, 이번 선거는 지난 달 총선 이후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되며 선거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파연합은 이번 승리로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달 총선에서 기본 소득 공약을 내세워 이 지역에서 무려 44%를 득표하며 기세를 올린 오성운동은 여세를 몰아 창당 이후 첫 주지사 배출을 노렸으나, 하나로 뭉친 우파의 위력에 눌리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결과로 자신이 반드시 새 정부의 총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역시 입지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파연합 내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가 약 9%를 득표, 8%에 그친 동맹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우파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모처럼 체면을 세웠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FI가 14%에 그친 탓에, 17.5%를 득표한 동맹의 살비니 대표에게 우파의 맹주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살비니 대표가 오성운동으로부터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베를루스코니를 버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온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살비니와 베를루스코의 결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5년 동안의 집권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이 주축이 된 중도좌파 연합 진영에서 출마한 카를로 베네치알레 후보는 약 17%, 민주당 단독으로는 9%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현역 몰리제 주지사가 속해 있는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난 달 총선 참패에 이어 이번에도 속절없이 무너지며 다시 한번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됐다.
한편, 총선 7주가 지나도록 새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오성운동 소속의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에게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을 중재할 권한을 부여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피코 의장과의 만남에서 "총선 이후 거의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조속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피코 의장은 이에 "핵심은 이탈리아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연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책 중심으로 정당 간 이견을 좁히고, 연대의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앞서 2차례에 걸쳐 각 정당 대표들과 정치권 주요 인사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들여 직접 정부 구성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지난 주에는 마리아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상원의장에게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의 연대를 이끌어 내라는 특명을 내렸지만, 이마저도 불발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32%를 득표,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 한 오성운동은 구습과 부패의 대명사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는 손잡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결합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오성운동은 동맹에 이탈리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베를루스코니와 결별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살비니 동맹 대표는 현재까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오성운동과 동맹을 극단주의 세력으로 지칭하며, 야당으로 남아 당을 근본부터 재건할 것이라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 터라, 피코의 이번 중재가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피코 의장은 오는 26일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중재 결과를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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