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지자체 "무덤 내부 공개하는 현장박물관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00년 만에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백제 고분 '익산 쌍릉'(雙陵·사적 제87호)의 사후 보존·활용 방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익산 쌍릉은 대왕릉과 이보다 작은 소왕릉이 나란히 조성됐다. 향가 '서동요'에 등장하는 백제 제30대 임금 무왕(재위 600∼641)은 대왕릉, 무왕 부인으로 알려진 선화공주는 소왕릉에 각각 묻혔다고 전한다.
쌍릉 조사는 1917년 야쓰이 세이치(谷井濟一)가 주도한 발굴 이후 지난해 8월 다시 시작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대왕릉 조사 중 발견한 치아가 20∼40세 여성의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와 무덤 안에서 나온 토기가 신라계라는 견해를 2016년 발표하자 무덤 주인공을 구명할 단서를 찾기 위한 발굴에 돌입한 것이다.
재발굴한 대왕릉 내부에서는 현실(玄室·시신을 넣은 널이 안치된 방, 무덤방) 가운데에 있는 화강암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 위쪽에서 인골로 추정되는 뼈들이 담긴 상자가 나오면서 화제를 모았다.
봉분 직경이 약 25m, 높이가 5m인 대왕릉 구조는 백제를 대표하는 무덤 양식인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으로, 입구가 중앙에 있다.
현실 크기는 길이 378㎝·너비 176㎝·높이 225㎝로, 백제 왕릉급 무덤이 밀집한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현실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동하총 현실보다 넓다.
조사단은 대왕릉 발굴은 주변 지역 조사를 거쳐 연내에 완료하고, 소왕릉은 내년에 발굴할 예정이다.
학계와 지자체는 아직 소왕릉 발굴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한 세기 만에 조사한 쌍릉을 예전처럼 다시 흙으로 덮기보다는 고분 내부를 볼 수 있는 현장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국시대 고분을 원형 그대로 관람하기 힘든 상황에서 쌍릉을 박물관으로 꾸미면 생생한 역사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경주 천마총 정도만이 현장박물관으로 활용 중이고, 판교박물관에는 이전·복원한 석실분이 전시됐다. 부산 복천박물관,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능산리 고분군 등에는 무덤 모형이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자문회의에서 좋은 유적을 묻어두지 말고 많은 사람과 공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무덤 주변 정비를 끝낸 뒤 현실 앞에 유리를 설치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락 목포대 교수는 "익산 쌍릉은 왕릉인지 아닌지, 무덤 주인공이 누구인지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내부를 보면 왕릉급 무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벽화가 없고 유물도 남아 있지 않아 현장박물관으로 만드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진입 통로를 잘 만들고 유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고궁 야간 관람 같은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면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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