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위해 가짜 뉴스 만들어 유포" 주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 비리를 폭로해온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51)에 대해 중국 경찰이 정부문서를 대량으로 위조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중국 충칭(重慶) 시 공안국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궈원구이 및 천즈위(陳志煜), 천즈헝(陳志恒) 형제와 관련된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충칭 시 공안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궈원구이가 중국 정부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기밀문서를 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자, 천 씨 형제는 가명을 써서 궈원구이에게 접근했다.
천즈위는 중국 광저우(廣州) 시 복지 당국에서 일하다가 2012년 캐나다로 이주했으며, 천즈헝은 2008년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긴 했지만 오랜 기간 광저우 소프트웨어 기업의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궈원구이의 요구에 따라 정부문서를 위조해 주기로 하고 매달 4천 달러와 경비 등을 받았으며, 궈원구이는 이들에게 5천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들 형제는 각각 공무원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일한 경험을 살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국가안전위원회, 국무원 등의 명의로 된 문서를 위조했다고 충칭 시 공안국은 밝혔다.
공안국에 따르면 이들 위조문서에는 미국 내 중국 간첩 파견, 북한 핵 개발 지원, 미국 첨단기술 유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안국은 이들이 30여 건의 정부문서를 위조했으며, 궈원구이가 이들 위조문서를 미국 워싱턴프리비컨(Washington Free Beacon) 등의 매체에 보내 여론과 미 정부의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다.
공안국은 "궈원구이는 자신의 망명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들 위조문서를 이용하고, 미 의원들에게도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며 "궈원구이가 중국 지도부의 재산, 정부, 사생아 등과 관련된 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으며, 미 당국과도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궈원구이는 2013년 미국으로 달아나 뉴욕에 거주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부패 혐의를 제기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조국이 나를 해치려고 한다"며 미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이에 맞서 중국 당국은 궈원구이에 대해 뇌물공여, 납치, 사기, 돈세탁, 성폭행 등의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인터폴은 중국 경찰의 요청으로 그를 적색수배(Red Notice) 명단에 올렸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후원자인 엘리엇 브로이디가 궈원구이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인도할 것을 미 행정부에 촉구하려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UAE는 궈원구이가 자국 펀드에 30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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