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전 도입 저지 남아공 두 여걸에 '골드만 환경상'

입력 2018-04-24 12:00  

러시아 원전 도입 저지 남아공 두 여걸에 '골드만 환경상'
82조원 규모 비밀계약 무산시켜…"시민, 힘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저지한 남아공의 두 여성이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아공 환경운동가인 마코마 레칼라칼라(52)와 리즈 맥데이드(55)가 올해의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그린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1989년 마련돼 매년 전 세계 6대륙에서 각각 수상자를 낸다. 상금은 각 20만 달러(2억1천500만 원)다.
풀뿌리 여성 활동가들인 두 사람은 제이컵 주마 전 남아공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정부에 맞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되는 원전 반대 투쟁을 승리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두 사람은 에너지와 기후 관련 정책 결정에 여성의 참여 확대를 위해 설립된 환경단체인 '어스라이프'(Earthlife)에서 2009년 만났다.
단체 활동을 시작할 때 유일한 흑인 여성 회원이었다는 레칼라칼라는 "이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모든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부유한 백인 남성이었지만,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은 가난한 흑인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들은 에너지는 기술과 공학적 문제로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들이 맡아야 할 사안이라는 오랜 견해에 맞서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렸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이뤄지던 남아공과 러시아의 '핵거래'에도 맞닥뜨렸다.
남아공 정부는 760억 달러(82조 원)를 들여 최대 10개의 원전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사업을 공개하지 않고 추진했다.
하지만 어스라이프 측은 러시아 단체 '에코디펜스'(EcoDefence)의 귀띔을 받아 러시아 원전 국영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홈페이지에서 이런 사실을 처음 접했다.
이 내용은 곧 삭제됐으나 어스라이프는 다행히 이 내용을 복사해 남겼고, 다른 환경운동가과 종교단체, 변호사, 언론과 함께 원전 저지 싸움에 나섰다.
두 사람은 집회를 포함한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협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집에 누군가가 침입해 현금이나 귀중품은 손대지 않고 랩톱 컴퓨터만을 훔쳐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둘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5년의 법정 싸움 끝인 지난해 4월, 의회와 논의 없이 이뤄진 두 정부 간 계약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냈고, 관련 사업을 무산시켰다.
맥데이드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시민은 힘이 없다는 인식을 주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곳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남아공의 비핵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하다 환경 활동으로 돌아선 레칼라칼라는 "우리의 싸움을 더 강화하고 신세대 활동가들을 키우는데 골드만 상 수상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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