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 연구원 "김정은 `경제발전 통한 정상국가 진입' 도박 해보려는 듯"
"협상 시작전 핵실험장 폐기, 핵·미사일 시험중단 등은 기존 북한 협상 방식과 달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이 최근 핵실험장 폐기, 핵·미사일 시험 중단 등의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은 "단지 전술상의 변화라기보다는 새로운 전략 노선 같은 근본적인 결정의 결과일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이를 제대로 보고 핵 문제 해결의 "진정한 진전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미국 정부 안팎에서 오랫동안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온 북한 전문가가 주장했다.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짤막한 논평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소의 북한 협상 스타일과 다르게, 협상 개시 때 제시할 양보 카드들을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먼저) 내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핵 문제에 계속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핵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다른 일들이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이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막후에서 드러나지 않은 뭔가가 더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최근 북한의 선제조치들이 나오게 된 배경인 이 "더 큰 틀"에 대해 칼린 연구원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의 '승리'를 주장하며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경제 총력 집중' 노선을 천명한 것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 노선이 "어느 모로 보나 거짓 몸짓이거나 연기 피우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발표 장소(노동당의 주요 정책 결정 기구인 당 전원회의)와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 등을 보면 북한의 대내 정책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어중간하게" 하기보다 새 노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그로선 도박이지만, 시도해볼 요량인 것처럼 보인다"고 칼린은 풀이했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에 대해 미국 입장에선 '그것이 과연 비핵화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것이 핵심 관심사이겠지만, "북한 내부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노선이 경제를 장기적인 발전 궤도에 올려놓음으로써, 그 결과 북한이 부유한 남한과 한반도를 반분한 채 주변 강대국들의 압력도 견뎌낼 수 있는 동북아의 '정상' 국가 반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물음일 것"이라고 칼린은 짐작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새 노선은 김 위원장에게 도박이라는 뜻이다.
사실, 크게 보면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한 이래 새로운 경제 정책과 아이디어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전략 노선의 바탕을 깔아오다 2016년 5월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당 대회에서 5개년 장기 경제 목표와 정책들을 내놓았다.
당시는 이것이 요원한 일처럼 보였지만, "앞으로 1년 정도 좋은 상황이 전개되면 그는 자신을 통찰력있는 인물로 포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칼린은 예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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