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 2개월 휴어 앞둔 부산공동어시장 한숨 가득

입력 2018-04-26 13:27  

대형선망 2개월 휴어 앞둔 부산공동어시장 한숨 가득
위판물량 80% 이상 줄어…중도매인·항운노조원 등 "우리는 어떡하라고"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전국 최대 규모의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 요즘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위판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업계가 이달 29일부터 2개월간 자율 휴어에 들어가 조업을 나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26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한일어업협정 결렬 장기화와 어자원 감소 등으로 그물을 던져봐야 잡히는 물고기가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 상품성 없는 잔챙이들뿐이라 조업할수록 손해만 커지는 상황이 이어져 29일부터 7월 1일까지 그물을 놓기로 했다.


대형선망업계는 15년 전부터 매년 1개월씩 휴어기를 가졌는데 2개월이나 조업을 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형선망어선이 장기간 조업을 쉬면 공동어시장을 생계 터전으로 삼는 관련 업종이 당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휘선, 그물을 펼치는 배, 불을 밝히는 등선 등 6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하는 대형선망업계 소속 어선은 모두 144척에 이른다.
이 배들이 잡아서 공동어시장에서 위판하는 고등어와 삼치 등은 물량 기준으로 어시장 전체의 80%를 넘는다.
이 물량이 일시에 사라지면 어시장을 무대로 일하는 사람들의 일감이 크게 줄어든다.
경매에 나온 어획물을 사서 전국 소비지 시장과 가공업체 등에 공급하는 중도매인과 직원들, 중도매인과 거래하는 소매상, 경매가 끝난 생선을 종류와 크기별로 분류하고 상자에 담는 부산항운노조 여성 조합원들,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는 화물차 기사 등 1천500여 명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작업량에 따라 일당을 받는 항운노조 조합원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 대다수인 항운노조 조합원은 평소 800여 명, 위판물량이 많을 때는 1천 명을 넘는다.
어시장 측은 당장 일당이 크게 줄어드는 항운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 휴어기가 끝난 뒤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걱정한다.
어시장 관계자는 "7월에 다시 조업에 나선 대형선망 어선들의 어획물 위판이 재개되면 일손이 모자라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손 부족으로 어획물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이를 우려한 선사들이 다른 어시장으로 물량을 옮겨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일시에 고등어가 대량으로 잡혔을 때 제때 분류작업 등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물량이 다른 지역 어시장에서 위판된 사례가 있다.
중도매인들은 장기간 어획물 공급이 끊기면 자금난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선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공동어시장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상권이 무너지는 사태까지도 걱정한다.
이 때문에 중도매인들과 항운노조 등은 휴어 기간을 2개월로 늘리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대형선망업계는 "관련 업종의 피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어획 부진이 계속돼 1개 선사가 부도나는 등 업계 전체가 경영위기에 처해 지난해부터 6차례 선주회의를 거쳐 휴어 기간을 연장했다"며 "해양수산부가 어자원보호를 위해 3개월 휴어를 요구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휴어 기간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도매인과 항운노조 등은 휴어 기간 확대로 피해를 보는 연관 업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이들은 "현행 수산자원관리법에 휴어기 등으로 조업에 제한을 받는 어선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휴어 기간 확대로 말미암아 공동어시장 같은 산지 위판장 종사자들이 받는 피해를 지원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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