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는 경공모"…상근직원 8명 유급·일부 비상근직원도 급여
선거법 위반 처벌된 '십알단' 유사…공소시효 지나 처벌은 불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 모(49·구속기소) 씨가 실체를 갖춘 '조직'을 운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이들의 조직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유사 선거사무소'에 해당할지 주목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설립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매달 급여를 받으며 상근한 직원은 8명가량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김씨가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운영 업무도 함께 수행했다. 비상근 인원까지 포함하면 급여를 받은 이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느릅나무와 경공모를 사실상 동일체로 보고 있다.
이들이 지난 대선 시기에도 불법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댓글 알바'로 처벌을 받은 이른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과 비슷한 성격의 조직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은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기구와 유사한 시설을 설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후보자 사이에 선거운동기구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각종 형태의 선거운동기구 난립에 따른 과열경쟁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십알단은 이를 위반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단체를 운영한 윤정훈 목사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린 뒤 직원을 고용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게시글과 댓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대법원은 윤 목사의 활동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데 있었고, 선거법에서 설립·설치 및 이용을 금지하는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에 해당한다며 선거법 위반(유사기관 설치 금지) 유죄를 확정했다. 윤 목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그것이 선거사무소·선거연락사무소처럼 이용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이 되는 것"이라며 "그 선거운동이 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내용이어야만 유사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느릅나무와 경공모가 사실상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인지, 선거사무소 역할을 했다고 인정될 정도의 조직적·집단적 행위를 했는지 등이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사 선거사무소'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 등과 관련해 실제로 경공모는 지난해 대선 당시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작년 대선을 앞둔 시기 경공모가 문재인 당시 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온라인에 확산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는 경공모가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을 설치한 혐의, 사조직이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한 혐의(단체의 선거운동 금지), 특정 후보자를 위해 댓글을 쓴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혐의(매수 및 이해유도)가 있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작년 10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서 드루킹 일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처벌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인데, 이미 작년 대선 이후 11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이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 의혹을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고, 이들의 조직 운영체계 등도 면밀히 들여다보는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선거법 위반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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