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와 전쟁 거치며 종족간 반목 커져…갈등 봉합·치유가 큰 과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북쪽에 있는 소도시 야트리브에서는 지저분한 각종 장애물과 검게 그을린 황무지를 경계선으로 삼아 수니파와 시아파 주민들이 갈라져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찢긴 이 공동체를 치유하기 위한 '3개년 화해 프로세스'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지 관리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지역 사이에 있는 도로와 용수로를 나누는 계획을 세운 것은 물론 행정업무도 분리하려고 하는 등 이 농촌도시에서 두 종파 간의 갈등이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5월 총선이 치러지는 이라크에서 차기 정부의 가장 힘든 과제는 분열된 사회의 치유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야트리브 지역의 모습을 2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IS가 2014년 이 지역을 공격할 때 수십 년간 공존해온 시아파와 수니파 종족들은 이에 저항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무장단체는 현지 협력자들의 가세 속에서 시아파 지역을 포위하며 급속히 수니파 지역을 확대했다.
약 6만 명의 수니파 주민은 자발적이든, 아니든 IS의 지배를 용인했다. 시아파의 민병대와 주민들은 몇 달간의 전투 끝에 IS를 몰아냈지만 두 종파 간에 씻기 힘든 반목이 생겼다. IS가 납치와 살인을 저지르고 마을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수십 명의 이라크 정부 관리와 조정관, 유엔 기구 직원, 현지 민병대가 두 종파를 오가며 화해와 평화를 당부했다.
그러나 콰심 알사디 같은 농부들은 이들이 주문하는 평화와 자신들의 땅을 급습한 IS를 받아들인 이웃들에 대한 복수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알사디는 "누가 내 집을 폭파하고 내 삼촌과 형제, 사촌을 죽였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의 피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뿌리 깊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내달 총선을 거쳐 출범할 차기 정부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문제의 해결은 유혈 분쟁을 피해 주거지를 떠난 약 220만 명의 귀환을 보장하는 데도 중요하다. 야트리브와 다른 지역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무장단체와 연계된 일가족의 귀환을 막으려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구호단체와 서방국가들은 이라크 사회의 분열 봉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라크 정부와 협력을 꺼리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라크 정부가 IS 대원의 친척을 이동캠프에 격리하고 피란민이 안전을 확신하기 전에 귀향을 강요하는 등 국제법을 어긴다는 것이다.
시아파 주민들은 사망자와 재산 피해에 대한 금전 보상, 수니파 땅 압류, IS 전투원의 친척 추방 등 자신들의 부족법 적용을 주장해 시민사회단체와 이라크 화해위원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두 종파를 중재하는 회의가 수차례 열렸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2015년 야트리브 지역이 속한 살라하딘 주의 주지사가 시아파 주민 희생자들을 위해 336만 달러(36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일부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다른 마을에 쓰이거나 어디론가 증발했다.
수니파의 한 족장은 "우리도 시아파 주민들처럼 IS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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