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장애인 70여명 재산 통장 관리…사기·횡령 위험서 보호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얼마 전 경기도의 한 무허가 장애인시설 원장이 수년간 지적장애인들을 데려다가 급여도 없이 고물상 일을 시키고 장애인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각종 수당을 가로채다 들통난 일이 있었다.
이달 초에는 장애인 급여와 수당 2억7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 사회복지법인 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횡령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신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KEB하나은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재산에 신탁을 설정해 통장을 관리해주는 방식으로 자산을 보호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신탁(信託)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기면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첫 보호 대상자는 A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거주자 70여 명이다.
하나은행이 수탁자가 돼 장애인 70여명의 자금을 관리한다. A사회복지법인 사무국은 일종의 '통장 지킴이'인 신탁관리인을 맡는다.
장애인 명의 신탁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하나은행과 사회복지법인이 승인해야 한다. 두 차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그동안 장애인 개개인을 위한 신탁은 있었지만, 복지시설 이용자들이 단체로 신탁계약을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탁재산이 소액인 경우가 많아 금융기관이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기 어려웠고, 복지시설 입장에서는 신탁이라는 영역이 생소하고 낯설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장애인 이용자의 재산 조사와 신탁계약서 체결을 거쳐 상반기 중 신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백주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신탁제도는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의 재산 보호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높은데도 활용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운영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후견 제도를 보완한 신탁 서비스를 노인, 아동 등 취약계층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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