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취임 1년 만의 대좌…대화·압박으로 성사된 역사

입력 2018-04-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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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1] 취임 1년 만의 대좌…대화·압박으로 성사된 역사
문 대통령 대화 의지 표명에도 북한 잇단 도발…우방과 압박 공조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한반도정세 전환 구상에 김정은 신년사 화답
특사단 오가며 남북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큰 결실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대한 전기가 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018 남북정상회담'이 단 하루만을 남겨놓고 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에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 성사돼 회담 정례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이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이 그랬듯 이번 남북정상회담 역시 거저 얻은 성과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강조해온 만큼 취임하면 보수정권 9년 때와는 다른 관계가 정립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나흘 만인 지난해 5월 14일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1발을 발사하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날 도발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때를 포함해 북한은 총 7번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9월 3일에는 제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정부의 대북관계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는 물론 제재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함께했다.
아무리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든 한반도의 긴장을 키우는 북한의 도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북 간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대한 변곡점은 한 달 뒤 독일 방문에서 발표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었다.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나는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를 공조하는 것과 별개로 남북대화의 토양을 다지는 데도 주력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은 이벤트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이 참석하게 해 '평화올림픽'으로 대회를 치러냄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에 화답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후속 도발이 감지되지 않던 차에 나온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 이후 남북 화해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다음 날인 1월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올림픽 참가 등을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 남북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고 북측은 이 제안을 곧바로 수용했다.
같은 달 9일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북한 대표단의 방남에 합의했다.
한 달 뒤인 2월 9일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보냈다. 대표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포함돼 있었다.



김 부부장은 2월 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미국과의 물밑 접촉 등으로 북미 대화를 중재하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고, 지난달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특사단을 평양으로 보내 담판을 짓게 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취임 후 이어진 북한의 도발 등 잇단 악재에도 대화와 압박 기조를 관철했던 문 대통령의 뚝심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해 방북 성과를 공유했고 문 대통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즉시 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3월 29일에는 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다.
남북은 이달 5일 의전과 경호, 보도와 관련한 첫 실무회담을 연 뒤 23일까지 총 세 차례 실무회담을 개최해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과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합동 리허설까지 했다.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친 남북은 이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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