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의도 간파, 구두 경고 반복하며 제압…과잉진압과 대조적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토론토 차량돌진 사건의 범인을 체포한 경관이 긴박한 대치 순간에도 총을 쏘지 않고 냉정한 처신으로 범인을 제압해 찬사를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토론토 경찰의 켄 램 경관은 차량 돌진 사건의 범인 알렉 미나시안(25)을 현장에서 체포하면서 범인의 총격 위협에도 총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노련하게 대처했다.
당시 미나시안은 행인 10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한 광란의 질주를 벌인 끝에 밴 차량을 인도로 몬 뒤 스스로 차량에서 내려선 순간이었고 이때 현장에 있던 램 경관과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현장을 담은 동영상에서 램 경관은 손에 물체를 들고 자신을 겨냥하는 범인에게 "엎드려"라는 경고만 반복하며 통상적인 경찰의 행동과는 달리 총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미나시안은 "나를 죽여라" "주머니에 총이 있다"며 위협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램 경관은 "상관없다" "엎드려라"는 구두 경고를 되풀이하며 다가갔고 결국 두 손을 들어 굴복한 후 엎드린 미나시안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 동영상은 한 행인이 찍은 것으로 분량이 약 37초에 불과하지만, 경찰의 모범적인 위기 대처 방식과 위급한 순간에도 생명을 중시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두드러진 램 경관의 고도의 전문성과 냉정함에 경찰과 시민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구 총기를 사용하지 않은 램 경관의 처신이 범인의 말과 행동에서 폭력 사용 의사가 없음을 간파한 전문적인 직관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하며 "가장 모범적인 범인 제압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서도 유사 상황에서 총을 쓰지 않는 경관은 찾기 힘들다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기 때문이다.
전직 정보기관 간부는 "그는 훈련의 교본을 완벽하게 이행하면서 끔찍한 공격을 저지른 범인을 무력화했다"며 "범인도 살았고 그도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간부는 범인이 가장 강력한 현장의 증거라며 "범인을 심문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는 "램 경관이 영리하고 전문적이며 용감하게 행동했다"며 감동을 표시했다.
램 경관의 이 같은 처신은 과거 과잉 진압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를 교훈 삼아 토론토 경찰이 경관의 총기 사용에 관해 강력하게 시행해 온 현장 훈련의 결과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토론토 경찰은 지난 2013년 18세 소년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수 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해 여론의 격렬한 질타를 받았고 결국 해당 경관이 살인 미수죄로 6년형을 선고받는 등 큰 진통을 겼었다.
마크 손더스 토론토 경찰청장은 "경찰은 어떠한 상황에도 가능한 한 무력 사용을 적게 하도록 훈련받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 경찰협회의 마이크 맥코맥 회장은 당시 현장은 경관이 총기를 발사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램 경관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최고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을 구한 이 친구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램 경관은 경력 7년이 넘은 30대로 평소 겸손하고 원만한 성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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