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탓에 흙으로 덮여…"보호 건의했지만 허사"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4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남 진주시 운석 발견지 일부가 사라지고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25일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1호 운석(9.36㎏) 발견지에 남은 운석 구덩이가 높이 50㎝가량 흙으로 덮여 사라진 모습이다.
2014년 3월 10일 당시 운석이 떨어지면서 움푹 팼던 구덩이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운석이 떨어진 뒤 1년 후 경남도가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운석 발견지 바로 옆 향양천을 확장공사 터로 편입한 탓에 묻혀버린 것이다.
운석이 떨어진 곳엔 진주시가 당시 구덩이를 보호하려고 만든 작은 플라스틱 덮개만 놓여 있다.
플라스틱 덮개에는 '이곳은 진주 운석이 첫 번째 발견된 곳 입니다. 소중한 유산적 자료이므로 보존에 협조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1호 운석을 자신의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발견한 강원기(61) 씨는 "운석이 발견된 후 경남도와 진주시에 운석 발견지 보호를 건의했지만, 이미 국가하천 정비사업으로 결정됐다며 아무런 의미 없이 허무하게 묻혔다"고 말했다.
강 씨는 당시 설계변경을 해서라도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운석 첫 발견지를 관광지, 교육장으로 조성하는 등 보호해 달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국가하천 정비사업을 맡은 경남도는 강 씨에게 운석이 떨어지기 전 정비사업 계획을 세웠고 설계변경이 어려워 그냥 예정대로 공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도와 진주시는 아무런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해버렸다.
강 씨는 흙으로 덮여 사라진 운석 발견지가 안타까워 아직 공터로 남겨 놓고 안내판 덮개를 두고 있었지만, 이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70여 년 만에 낙하 위치가 확인된 운석 발견지를 보는 수준이 이 정도"라며 "운석 발견지 위에 다시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파프리카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43년 전남 고흥군 두원면 성두리 야산에서 처음 운석 낙하지점이 확인됐다.
진주 운석은 그 이후 71년 만에 낙하지점을 확인한 사례다.
진주 1호 운석 외 인근 진주 시내에서 추가로 확인된 운석 발견지도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긴 마찬가지다.
2호 운석(4.1㎏)은 그해 3월 12일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밭에서, 3호 운석(420g)은 3월 16일 미천면 오방리 밭에서 각각 발견됐다.
진주에서 발견한 운석 중 가장 큰 4호(20.9㎏)는 3월 17일 집현면 덕오리 항양로 입구에서 확인됐다.
2∼4호 운석 발견지에는 발견 당시 진주시가 설치한 플라스틱 덮개가 현재 낡고 빛바랜 채 방치돼 있다.
강 씨 등 운석 소유자들은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외면받는 운석과 발견지 가치를 살려보려고 사비를 들여 가칭 '운석박물관' 추진을 검토 중이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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