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천시간 육박했던 中어선 조업, 거의 '0'으로 줄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자국 영해에 침입해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어선을 침몰시키는 강경책을 펴 온 인도네시아에서 불법조업이 90% 이상 급감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과 하와이대,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인도네시아의 불법조업 선박 침몰정책이 외국어선의 조업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위성사진과 선박위치정보를 이용해 2013∼2016년 사이 인도네시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한 어선의 선적과 조업시간을 일일이 확인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인도네시아 바다에서는 불법조업 선박 침몰정책이 시행된 2014년 말 이후 외국 원양어선의 활동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까지 매달 5천시간에 육박했던 중국 원양어선들의 조업시간은 2015년을 기점으로 '제로'(0) 수준으로 감소했다.
태국과 대만 등 인접국 어선도 인도네시아 영해와 EEZ에서의 조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연구진은 "외국어선의 조업시간이 90% 이상 급감했다"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불법조업을 해 기록이 남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는 극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30t급의 소형 어선도 가격이 최소 12억 루피아(약 9천만원)에 이른다면서, 불법조업으로 적발된 어선은 예외 없이 가라앉힌다는 원칙이 상당한 억지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1만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외국어선의불법조업 때문에 2014년까지 연간 40억 달러(약 4조2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며 2014년 취임과 함께 불법조업 엄단 방침을 세우고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인도네시아 해군과 해양수산부는 이후 3년간 350척의 어선을 나포해 가라앉혔다. 침몰한 어선은 대부분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선적의 소형 어선이었으며, 중국 선박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 내부에선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관련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양정책을 총괄하는 루훗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과 유수프 칼라 부통령은 올해 초 해양수산부에 불법조업 어선 침몰을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외국어선 침몰정책을 진두지휘해 온 수시 푸지아투티 해양수산부 장관은 "침몰을 지시한 법원의 판결에 따를 뿐"이라며 이를 거부했지만, 해당 정책이 계속 추진될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6월 자국 EEZ인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도주하는 중국 어선을 향해 발포해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작년 7월에는 베트남 어민 4명이 인도네시아 해군이 쏜 총에 맞아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이콜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등재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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