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4강 4색'…아베, "北, 대화 재개하자" 사활전

입력 2018-04-26 13:00  

[정상회담 D-1] '4강 4색'…아베, "北, 대화 재개하자" 사활전
아베, 재팬 패싱·지지율 급락 탈출 '한방' 노려…방북후 지지율 급등 재연 '기대'
납치문제, 북일 정상회담 조건이자 지렛대…생존 납북자 유무 놓고 北·日 입장차
전문가 "日, 좋고싫고 떠나 北과 대화할 것"…북미회담 후 논의 본격화 전망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는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갖은 스캔들로 추락하는 정권을 되살릴 반전카드다.
'최대한 압력'을 앵무새처럼 외치며 북풍(北風)몰이를 하던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이번에는 반대로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국내 정치의 위기를 덮고 지지율을 만회시켜 줄 기회로 보고 있다.



◇ 북풍으로 위기 넘었던 아베, 북일대화로 '내우외환'서 반등 노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위기 때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를 국내 정치에 적절히 활용했다.
측근들이 잇따라 망언을 하고 사학스캔들이 꿈틀할 때마다 북한 위협을 과장했고 일본 대중은 지지율 상승으로 반응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10.22 총선 때는 아예 북한을 둘러싼 상황을 '국난'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외교의 위기에 몰렸다.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움직임이 아베 총리가 힘써온 것과 정반대로 내달렸고 일본이 '모기장 밖에 놓여 있다'(배제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남북 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도 여전하다.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일본만 '왕따'를 당했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납북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아베 총리는 말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밖에서 생긴 걱정이 '재팬 패싱(일본 배제)'이라면, 안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은 끊이질 않은 스캔들이다.
연일 사학스캔들의 새로운 의혹이 난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의혹과 이에 대한 허술한 대응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1월 말 이후 석 달 동안 쏟아진 의혹 중 큰 것들만 13건이나 된다
내각 지지율은 이미 총리 사퇴 기준이라는 30% 밑까지 떨어졌고 아베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 적합도에서 다른 인물들에게 밀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아베 정권의 운명이 길어봤자 9월까지라는 얘기가 퍼졌다.
아베 총리는 이런 내우외환 상황에서 정권을 살려내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더 나아가 북일 정상회담의 성사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과거 총리 재직 중이던 2002년과 2004년과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납치 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납치 피해자의 잔류 가족들을 일본으로 데려오는 성과를 거둔 다음 40%대의 내각 지지율이 50~60%대로 뛰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 '생존 납치 피해자 찾아라' 과제…납북자 생존여부 이견 '변수'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과의 관계 회복으로 전환할 사실상 유일한 명분이자 북일 정상회담을 실현시킬 지렛대다.
아베 총리가 북한과의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도 납치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북일관계가 계속 교착 상태에 머물면서 남북 간, 북미 간 화해 분위기가 더 확산한다면 납치 문제는 아베 정권을 오히려 한층 더한 궁지에 몰아넣을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에게 북한과의 대화와 납치 문제의 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인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생존하는 일본인 납북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이 납치를 인정한 일본인은 모두 13명인데 이 중 8명이 숨졌고 5명은 일본에 송환됐다.
일본 정부가 17명을 납치 피해자로, 883명을 특정실종자(납치 피해자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인물)로 보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북한이 '납북자는 없다'는 발언을 수정하지 않는 한 일본으로서는 북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성과를 얻기 힘들다. 회담의 성사에 진전을 볼만한 카드 자체가 없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북한이 인정한 새로운 납치 피해자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향후 북일 대화의 추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지난 2014년 일본과 접촉했을 때 1979년 고베(神戶) 라면집에서 일하다 실종된 남성 2명의 북한 입국 사실을 인정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미국에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의제로 다뤄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북한과 새로운 납치 피해자를 찾는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주변국과 대화' 언급 北, 日 경제지원에 '매력'…6월 이후 대화 본격화될 전망
전문가들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이 본격화될 시기를 5월~6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로 보고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된다면 북한이나 일본이나 반목을 접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과의 대화에서 소극적이던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일 대화의 전망을 밝게 한다.
북한은 일본이 한국을 제외한 주변국 중 경제 제재의 완화·해제와 경제 원조 두 가지 모두를 실현해줄 국가라는 점에서 대화에 매력을 갖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남북과 북미 간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일본 정부는 좋고 싫고를 떠나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이 결정서에서 강조한 대로 경제 건설에 역량을 모으려면 한국,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의 경제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북일 대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북일 간 대화가 가동했던 것이 일본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인데, 북미 대화가 일본을 제쳐놓고 추진되는 까닭에 북한 입장에서 일본과의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적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북미 정상회담의 실현을 앞둔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 재개에 인센티브(이익)를 못 느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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