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옴부즈만委 "영업기밀이라도 정보공개 범위 확대해야"

입력 2018-04-25 17:13   수정 2018-04-25 17:29

삼성 옴부즈만委 "영업기밀이라도 정보공개 범위 확대해야"

"삼성에 면죄부 아니다…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요구는 권한 밖"
종합진단 결과 발표 행사장서 삼성전자·반올림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는 25일 삼성전자[005930]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의 정보공개 논란과 관련, "영업기밀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더 많은 것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수 위원장(서울대 법대 교수)은 이날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종합진단 보고에서 "지금까지 기업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경향성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화학물질 리스트로, 최근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보고서(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제품, 공정 등 다른 내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의 권한이나 판단 능력 밖"이라고 전제했다.
특히 화학물질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여러 법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우리가 정부에 어떤 식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방향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이해당사자의 알 권리를 진작하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종합진단 보고가 삼성 측에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선사항을 적시함으로써 미래 (직업병) 재발을 방지하는 게 위원회 본연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하는 작업은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있는 그대로를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날 보고에서 삼성전자 작업장 조사 과정의 한계를 여러 차례 지적하며 추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저희가 1년 남짓한 기간에 (작업장 환경과 특정 직업병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었다면 과거 몇십 년간 학자들은 뭘 했겠느냐. 저희 정도의 인력으로 규명할 수 있다면 다른 세계적인 학자들은 모두 바보라는 말"이라며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가한 박수경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조사의 계기가 된 (산업재해) 사건은 1997년에 일어났는데, 작업장에 들어가서 봤더니 과거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면서 "만날 수 있는 대상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답변 과정에서 산업재해 피해 가족을 언급한 뒤 "제 가족이 그랬다면 저도 못 견뎠을 것 같다"면서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판기 용인대 교수도 "당초 10년 치 자료를 요청했는데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은 3년 치였다"면서 "10년 전 자료를 왜 주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에 함께 참석한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과 삼성전자 관계자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번 진단 결과가 삼성전자의 자체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언을 신청해 "내부 직원이 측정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이건 전문 측정기관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반올림 관계자는 "그 기관은 사업자가 지정한 게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는 2016년 1월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의 합의에 따라 삼성전자 작업장의 직업병 관련 조사·진단과 예방 대책을 논의한 독립기구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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