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핵합의 수정은 판도라 상자 여는 것"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수정·중재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 유럽 정부 지도자(마크롱 대통령)와 함께 그들(미국)은 7개국이 이뤄낸 합의를 결정하고 싶다고 한다"면서 "왜 그렇게 하는가.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연설은 국영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복잡한 국제적 협약을 다룰 자질이 부족한 장사꾼이며 정치나 법을 모르는 자"라고 맹비난했다.
미국을 정상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안은 기존 핵합의에 미국이 원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제한 등의 조건을 포괄적으로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은 자주국방의 목적으로, 주권 행사라면서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시리아,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는 이란으로선 이를 제한하는 핵합의 중재안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얽힌 첨예한 중동의 '파워 게임'에서 이란의 손발을 묶는 셈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의 중재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파기 위협 수위를 다소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핵합의가 수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서방 언론들은 전망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프랑스의 중재와 관련, 25일 "핵합의는 12년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면서 "합의의 일점일획이 엄청난 협상을 거친 하나의 패키지로, 그중 어느 것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는 "미국은 줬던 것을 원할 때 다시 빼앗을 수 있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핵합의 수정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서 한 번 열면 닫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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