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委 활동 일단락…'추가 검증·이행 점검' 병행 계획
삼성전자 "위원회 제안 충실 검토해 후속조치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직업병 관련 조사·진단과 예방 대책을 논의해온 삼성 옴부즈만 위원회가 25일 내놓은 종합진단 결과는 대체로 작업장 환경과 특정 질환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골자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정 등에서 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일부 공정에서 화학물질과 방사선이 검출됐지만 미미한 수준이어서 인체 유해성이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백혈병과 뇌종양, 유방암, 자연유산 등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상의 한계로 인해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옴부즈만 위원회 내부에서도 조사 과정의 한계가 있다고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종합진단은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의 합의에 따라 5개 주제로 진행됐다.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실태 평가, 작업환경의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 종합건강관리체계 점검,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장 미래전략 연구,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안전보건 관련 자료 보관 등이다.
위원회는 우선 웨이퍼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용액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벤젠, 에틸렌글리콜류 등 16종은 검출되지 않았고, 방사선 피폭 가능성도 일반인 기준과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근거가 된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최근 3년간 진행된 것이어서 그 이전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인터뷰 대상 근로자들도 대부분 현직이어서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됐던 특정 산업재해가 10년 전 사건이었으나 이후 빠른 공정 변화로 인해 지금은 대부분 자동화 공정이 구축된 상황이어서 현재 작업장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를 산업재해 판정에 반영하는 게 적절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위원회는 원인 규명보다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개선 권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위원회는 ▲ 재직자, 퇴직자 등을 포함한 코호트 구축 ▲ 작업환경과 특정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장기 추적 ▲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선 ▲ 통합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개발 ▲ 체계적인 건강 케어 서비스 도입 ▲ 종합검진 항목 추가 ▲ 사전 예방을 위한 미래 전략 설계 ▲ 기업신뢰도 개선 노력 ▲ 화학물질 정보 공개 확대 등 다양한 '숙제'를 삼성전자에 제시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삼성전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우리 반도체 산업 전체, 나아가 국민 모두와 무관하지 않은 인권 문제"라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번 종합진단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부문별 개선 방안과 연도별 액션플랜을 제시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를 이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활동 과정의 한계 때문에 명확한 인과 관계를 규명하지는 못할 것으로 이미 예상됐다"면서 "최근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이어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종합진단 보고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위원회가 장기간의 연구와 진단을 통해 제시한 제안을 충실히 검토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이행할 것"이라면서 "위원회의 향후 활동에도 성실히 협력해 더욱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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