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뜨겁게 달아오르던 미국 IT(정보기술)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가 최근 빠르게 식고 있다.
IT주를 마구 주워담던 투자자들이 최근엔 종목 선택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IT주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증시의 총아로 자리를 잡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런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는 주가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8% 상승했지만, IT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엔 IT 업종 편입 종목 중 6개 종목만이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무려 69개 종목의 가격이 내렸다. 2011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최근 며칠 사이엔 IT기업들의 분기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인 척도로 따져봐도 이미 IT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너무 높은 수준이다.
실리콘 밸리와 연관이 있는 듯한 기업들이 줄기차게 오른 것이 지난해의 증시 분위기였다. 넷플릭스가 55%가 오른 것을 비롯해 테슬라와 애플도 각각 46%의 폭발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비록 소비업종에 속해 있지만 올해 들어서도 가입자가 계속 늘어난 덕분에 59%가 올랐다. 하지만 테슬라는 모델 3의 생산이 부진한 탓으로 9.9% 하락했고 애플도 3.3% 떨어졌다.
S&P 500지수의 IT업종 편입 종목들의 주가수익률(PER)은 현재 31배로, 다른 11개 업종을 압도하고 있다. S&P 500지수 종목들의 PER은 평균 21배다.
투자자들은 이처럼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IT주의 매력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사용자 정보의 대량 유출로 시가총액 5위인 페이스북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투자자들은 대량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향후 규제 강화로 타격을 입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1분기 매출과 순익이 늘었다는 발표로 주가가 일시 반등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이미 9.5%나 하락한 상태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24일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비용이 많이 늘어난 데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4.8% 하락했다. 트위터도 2∼4분기 매출 증가율이 둔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탓에 주가가 2.4%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기피하고 거래가 뜸한 종목들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위스콘신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토머스 플럼 사장은 마스터카드, 트럭 회사들의 결제를 지원하는 웩스 등 금융거래와 관련된 기업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주식은 올해 들어 11%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브라이언 컬페퍼 매니저는 저장장치 메이커인 웨스턴 디지털처럼 덜 알려진 주식들을 선호한다. 웨스턴 디지털의 주가는 올해 8% 올랐다.
컬페퍼 매니저는 FANG처럼 급등한 종목들이 정말로 우려된다면서 이들 주식은 하락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 산정 기관인 S&P 글로벌과 MSCI는 올가을에 페이스북과 알파벳을 포함해 IT업종에 편입된 몇 개 종목을 통신업종으로 재분류할 예정이다. 월트 디즈니, CBS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한데 묶이는 셈이다.
업종이 바뀌게 되면 IT업종에서 FANG 종목은 완전히 사라진다. 골드만 삭스는 업종 재분류의 영향으로 IT업종에 남는 주식들의 매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건재하고 있지만 IT업종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S&P 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 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현재의 비중은 25%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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