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의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가 중국 시장 진출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아멕스의 프리츠 퀸 대변인은 중국 인민은행이 현지 은행카드 거래의 청산과 결제에 관한 사업 허가 신청을 공식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 소식통들도 은행 관계자들이 '구두 승인'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인민은행의 승인은 아멕스가 미국 신용카드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전자 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길을 여는 것이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멕스는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었다.
퀸 대변인에 따르면 아멕스는 현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회사인 렌렌(連連) 그룹과 합작을 맺고 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외국 기업들이 부딪히는 각종 어려움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금융 시장의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실제로 결제 서비스와 신용평가, 증권, 은행 부문의 외국 기업들은 사업 허가를 신청하기에 앞서 합작기업 설립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자문하는 로펌 윌머 헤일의 레스터 로스 변호사는 중국 당국이 "공정한 활동 무대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문을 열고 있지만 외국 기업들이 기어서 다니도록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외국 신용카드사에 대한 시장 개방은 1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에 나온 '100일 계획'에 포함된 약속이었다.
중국 정부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아멕스에 대한 청신호는 미·중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개방의 진전을 주장할 모범 사례로 삼으려는 속셈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는 그러나 중국 측이 미국 기업들의 순익을 줄이고 기술적 노하우를 빼내려는 수단으로 합작기업 설립을 활용하고 있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마스터카드도 중국의 3개 기업과 제휴를 맺고 인민은행에 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아직 인민은행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자 카드의 경우, 전액 출자 자회사를 설립하는 신청서를 최근 철회한 뒤 재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비자 카드의 고위 임원이 지난 3월 말 인민은행 부행장을 만난 뒤 재신청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멕스가 인민은행으로부터 비공식 승인을 얻어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모호한 국가안보 심사 절차를 포함해 몇 가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합작기업은 최종 승인에 앞서 데이터센터와 기타 업무처리 시스템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아멕스로서는 1년여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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