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무방비"

입력 2018-04-30 07:01  

[현장목소리]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무방비"
"중소기업 기피에 3조 3교대 인력 없어…정부, 대책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의 제도적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에 대책을 마련해놓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중소기업 망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비엠금속 대표) 이사장은 30일 서울 마포구 주물조합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정말 답이 없다. 대부분 업체가 근로시간 단축에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인상률 16.4%)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이 적용된다.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절대다수인 중소기업은 1∼2년 이상의 유예 기간이 남은 셈이다.
서 이사장은 그러나 "인력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내놔도 내국인들은 중소기업에 오지 않으려고 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인력도 연간 4만2천여명(농어업 1만명·제조업 3만2천명) 정도로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물은 융해된 금속을 주형 속에 넣어 원하는 모양의 금속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주물산업은 제조업의 뿌리 산업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대부분 주물 업체가 주당 최대 68시간, 2조 2교대 체제로 근무했지만, 앞으로 주당 52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선 3조 3교대 체제로 바꿔야 한다.
서 이사장은 "근로시간을 지키면서 정해진 납기를 맞추려면 근무 체제를 바꿔야 하는데 문제는 3조 3교대를 할 인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주물조합이 회원사를 상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 25%가 추가로 필요하고 회사 인건비 부담은 3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직원 1인당 임금은 평균 15%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 이사장은 "정부는 인력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국인이 오지 않으니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력 쿼터라도 늘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책"이라며 "연간 1천만원 정도 되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나마 한시적인 지원책인데 그 이후에는 그 직원을 해고하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서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올렸으면 그에 대한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224개 회원사로 구성된 주물조합은 지난 2월 납품가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최근까지 현대차 등 대기업과 납품단가 인상 협의를 벌여왔다.
서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납품하면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인하는 쉽게 하면서 납품단가 인상은 잘 하지 않는 횡포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오른 임금을 주려면 재원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인건비 상승분이 반영되면 된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곳도 더러 있지만, 중소기업은 적자를 내거나 문을 닫는 업체까지 생겨나는 등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부는 노동 현안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gatsb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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