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근대 조선의 여행자들 = 우미영 지음.
근현대 한국 서사문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한국 최초 종합잡지 '소년'이 창간된 1908년 전후부터 잡지 '삼천리'에서 반도 팔경 답사 기행문 연재가 끝난 1940년까지 30여 년 사이에 나온 각종 기행문을 분석한 책.
이 시기 여행은 근대 제도를 시험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같은 면이 있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기차가 도입되고, 잡지와 신문 매체가 발전하면서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여행은 단순한 유람이라기보다는 시찰, 취재, 답사에 가까웠다.
저자는 교통수단 발달이 촉발한 여행자 시선 변화, 외국으로 떠난 유학생과 국내 수학여행에 참가한 학생의 여행 행태, 경주·평양·부여에서 이뤄진 유적 답사, 일간지 '중외일보' 기자 이정섭이 쓴 기행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그는 "기행문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의 역사관으로는 조명이 닿지 않았던 사각지대 인물이나 글을 만날 수 있다"며 시나 소설과 비교해 관심을 끌지 못한 기행문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사비평사. 528쪽. 2만5천원.
▲ 설탕, 근대의 혁명 = 이은희 지음.
구한말에는 희귀한 조미료였던 설탕이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보급된 과정과 설탕에 대한 인식 변화를 조명했다. 저자가 연세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제출한 논문을 보완했다.
그동안 학자들이 근현대 설탕을 생산·유통·소비로 나눠 연구했다면 저자는 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사탕수수와 사탕무가 나지 않는 조선에서 설탕은 수입품이었다. 저자는 일제가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은 뒤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설탕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일본 제당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고 지적한다.
이어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은 제당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했으나, 업체들은 짬짜미를 통해 가격을 통제했음을 밝힌다.
소비자 측면에서 설탕은 문명화 상징물이었다. 저자는 "설탕 문명화론이 개화론자와 유학생을 중심으로 전파됐다"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설탕 소비가 도시를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설탕이 도시와 농촌의 문화 격차를 나타내는 산물이 됐다"고 주장한다.
지식산업사. 512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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