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만 제기되는 음원 사재기…"고발 대상 특정도 어려워"

입력 2018-04-27 06:40   수정 2018-04-27 10:06

의혹만 제기되는 음원 사재기…"고발 대상 특정도 어려워"

닐로가 촉발한 사재기 의혹 일파만파…가요계 "실시간차트 없애야"
멜론 "부정 패턴 아이디 하루 5천여건 차단…아이핀 인증 이달 폐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 2015년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특정 가수 곡을 들은 일정한 패턴의 유사 아이디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이후 3년 만이다.
이미 해외에서 수만 개 아이디를 이용해 '음원 사재기'를 하는 수법은 잘 알려졌지만, 지난 26일 한 매체가 중국에서 사재기 브로커들이 다량의 휴대폰과 PC를 이용해 특정 음원을 불법 스트리밍 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무명 가수 닐로가 유명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새벽 시간대에 차트 1위를 하면서 촉발된 음원 사재기 의혹과 맞물려 가요계에선 실시간차트 폐지 등 사재기 근절을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1억원에 1만개 아이디로 스트리밍?"…법적 규제있지만
해당 매체에 따르면 사재기 업체는 1억원에 1만개 아이디로 특정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순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때 1개의 휴대폰(또는 PC)으로 30~50여 개 아이디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불법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카카오 계정으로 멜론에 접속한 뒤 탈취한 아이핀(주민등록번호 대신 인터넷상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식별번호)으로 인증을 받아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이 음원 사재기를 용이하게 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멜론은 지난 2013년부터 비정상적 데이터 생성에 대한 필터링을 한층 강화해 부정 사용 패턴을 보이는 아이디와 IP, VPN(가상사설망)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론 관계자는 "블랙 IP 차단은 한 달에 약 1만5천 건, 영구 차단된 IP(VPN 포함)는 144만 개, 부정 사용 패턴을 보여 차단되는 아이디가 하루 평균 5천500개"라며 "또한 (매체에 언급된) 불법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로그인 조작은 이미 내부 시스템에서 감시돼 걸러지고 있어 차트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멜론 사이트는 휴대전화 번호와 아이핀을 통해 본인인증이 가능하다"며 "문제가 제기된 아이핀을 통한 인증을 이달 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거듭된 논란 이후 음원 사재기에 대한 법적 규제는 마련됐다.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음반이나 음악영상물 관련 업자들이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음반 등을 부당하게 사들이는 '음원 사재기'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사재기는 해외에서 음성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많은 의혹만 제기될 뿐 고발 대상을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업계가 정보를 공유해 사재기를 근절하도록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정보가 없으니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하려 해도 그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힘을 합해 검증해나가는 것이 지금 상황에선 중요한데, 의혹만 제기되는 상황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YNAPHOTO path='AKR20180426187500005_02_i.jpg' id='AKR20180426187500005_0201' title='[멜론 캡처] ' caption=''/>

◇ 가요계 "실시간차트 사재기 부추겨"…문체부 "개선 방안 논의"
가요계는 규제가 마련되고 음원사이트들의 방어가 강화됐지만, 음원사이트에서 차단되는 블랙 IP와 아이디가 있다는 점에서 사재기 업자들의 시도가 해외에서 여전히 이뤄진다고 추측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3년 전 음원 사재기 논란이 크게 불거진 뒤 법안이 마련되면서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의 활동이 뜸했다"며 "그러나 실시간차트 상위권에 올라야 음원 수입으로 이어지니 기획사들은 언제든 사재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시간당 그래프와 5분 단위 순위 예측 그래프까지 제공하며 과열 경쟁과 사재기를 부추기는 실시간차트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음원사이트 관계자는 실시간차트가 팬덤의 스트리밍 총공(총공격) 등 과열 양상을 띠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폐지가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봤다. "실시간차트가 사라져도 일간·주간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한 해커들의 공격과 또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진화되는 공격에 대한 보완책을 계속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란을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자료 수집을 한 뒤 업계와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관계자는 "음원사이트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도 댓글 조작이 발생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제점"이라며 "음악업계에서 이번 사안(닐로의 논란을 포함한 사재기 의혹)에 대한 공감대가 있으니 구체적인 자료 수집을 한 뒤 담론을 끌어내 차트 운영상의 개선 방안 등을 만들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매니저들의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26일 문체부에 닐로와 관련해 진상 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날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도 "사재기가 아니니 억울한 심정"이라며 문체부에 관련 조사를 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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