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U서 영어 사용 늘어…프랑스, 브렉시트 계기 불어띄우기 부심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주재 프랑스대사가 26일 EU 회의에서 불어 통역 없이 영어로만 회의를 진행하려는 것에 항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필리프 레글리즈-코스타 프랑스대사는 이날 EU의 향후 7년 예산에 관한 회의를 시작하면서 불어 통역 없이 영어로만 회의가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하자 이에 항의하는 뜻에서 회의장을 나갔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 EU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EU에서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하면서 "향후 몇 년간의 예산 문제와 같은 심각한 주제에 대해 논의할 때는 EU 내에 다양한 언어가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다른 EU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향후 회의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는 '느슨한 형식'의 회의였고, 이런 회의의 경우 그동안 영어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지적하며 프랑스대사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U 이사회의 한 소식통은 "EU 직원들이 프랑스가 이전에 이런 방식의 회의 진행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면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어는 그동안 EU에서 영어, 독일어와 함께 3대 공식 실무 언어였으나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가입하면서 최근 몇 년간에는 EU에서 영어 사용이 늘고 불어 사용이 줄어들었다.
이런 와중에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하자 프랑스는 EU 무대에서 불어가 다시 중심언어로 부상하는 기회로 삼고자 부심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3월에 불어를 널리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영국이 EU를 탈퇴하고 나면 EU 회원국 중에서 영어는 아일랜드와 몰타 등 소규모 회원국만의 공식 언어가 될 것이라며 영어가 중요성을 잃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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