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가수가 남성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다고 사우디 외신 공보센터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집트 국립오페라단의 아랍음악앙상블(AME)은 사우디 정부의 초청으로 25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파드국왕문화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에 출연한 AME의 단원 45명 중 여성이 포함됐고, 이 가운데 여성 가수 니하드 파시가 솔로로 공연했다.
이 공연은 남성과 여성 모두 입장이 허용돼 섞여 앉았다.
그간 사우디에서 여성 가수가 종종 공연했지만, 여성만 관람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여성 가수가 남성 관객 앞에서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가수가 가족이 아닌 '외간 남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사우디에서 그간 종교적 율법에 따라 금지됐다.
또 사우디에서 남녀 관객이 섞여 앉는 일도 드물다.
지난해 12월 뉴에이지 음악가 야니가 사우디에서 공연했을 때 객석이 남녀 혼석으로 운용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야니의 뒤에서 여성 연주자가 무대에 섰지만 이번처럼 여성 음악가가 단독으로 무대에 오르진 않았다.
AME의 공연엔 2천500석이 모두 들어찼고, 파시가 무대에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공보센터는 전했다.
아와드 알아와드 사우디 문화공보부 장관은 "사우디 관객에게 기념비적인 일이다"라면서 "이번 공연은 사우디가 더 활기찬 경제와 사회로 진화하는 전환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는 포용과 참여로 사우디의 사회, 문화를 개혁하려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2030'의 정신의 하나를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는 엄격한 종교적 율법이 지배하는 전근대적 왕정에서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신을 선언하고 그간 금지됐던 대중문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등 개혁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보수적 이슬람 율법을 시행하는 이란에선 남성 가수의 공연을 여성이 볼 수 있으나 여성 가수는 공식적으로 없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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